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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청와대 대변인이 된다면

"특검이 아니라 `특검 할아버지'가 온다 해도 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신당의 태도는 못 먹는 감에 재나 뿌리겠다는 심보다"
"사기꾼이 통하지 않자 공갈범을 이용한다"

대선을 며칠 앞두고 '이명박 동영상'이 공개되고 '이명박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무렵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5년만에 확 달라진 '나경원'의 역할

그는 이번 대선에서 BBK 의혹과 관련된 범여권의 공세를 차단하고 오히려 역공을 펴는 저격수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5년전 대선에서 그가 했던 역할과는 뚜렷히 달라진 모습이다. 16대 대선 당시 나 대변인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여성특보를 맡았다.

그러나 그때 나 대변인이 했던 실제 역할은 이회창 후보를 밀착 수행하며 화면에 함께 나오는 것. 호감도가 높은 나 대변인의 이미지를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로 연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비쳐졌다.

그 때 나 대변인의 역할이 주로 외모와 이미지라는 겉모습에 바탕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확 달라졌다. 대변인으로서의 실력으로 자신의 역할을 100% 해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그는 절제되고 단호한 표현, 똑부러진 어법으로 대변인으로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번 듣고 지나가는 논평이 아니라, 기억에 남게되는 표현들이 적지 않았다. 그의 이미지가 갖고 있는 호감에다가 이러한 콘텐츠가 결합되니, 그의 활약이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대선 후에 늘어나는 '나경원 팬'들

그래서였을까. 대선이 끝난 이후 나경원 대변인의 팬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그의 사적인 얘기들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다운증후군에 걸려 태어난 딸 유나를 키우고 있는 이야기며, 그래서 장애아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는 이야기, 심지어 장애아동들과의 행사에서 '텔미'를 함께 부른 일까지 인터넷에서는 '나경원의 이야기'가 연일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 정치인이 정치적인 이야기로서가 아니라, 이렇게 개인의 이야기로 관심을 모으는 것도 드문 일인 것 같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도 안되겠지만, 국민과 정치인의 거리가 좁혀진다는 점에서 괜찮은 일로 생각된다.

그런 나 대변인이 청와대 대변인에 기용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대중적 호감도나 대변인으로서 보여준 실력같은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당선자로서도 적극 고려할 수 있는 카드일 법하다.

만약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된다면 '인기 대변인'의 탄생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청와대 대변인에 기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청와대 대변인은 대중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자리이다. 자기의 생각, 자기의 목소리가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나 대통령의 말과 의중을 대변하고, 그러다보니 앵무새가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주군에 대해 맹목적인 충성만 하는 존재로 비쳐지기도 한다. 인기가 있을리 없고, 실제로 역대 대변인들의 결과가 그러했다.

대중들의 관심, '초심'의 실천으로 보답해야

앞서나가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만약 나 대변인이 기용이 된다면 그는 인기있는 청와대 대변인이 될 수 있을까.

대선 때에 이런 일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이명박 후보의 강연 동영상이 공개되고 신당측이 이를 신문광고에서 써먹자, 나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BBK를 설립했다고 했지, 내가 했다고 하지 않았다. 이것을 '내가 설립했다'고 광고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다"

당장 여기저기서 반박이 쏟아졌다. 중국집가서 자장면시킬 때 '자장면 하나 주세요' 그러지, '내가 자장면 하나 시킵니다' 그러냐는 것이다. 범여권측 뿐아니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나 대변인을 비꼬는 패러디가 등장했다.

정치공방전 속에서 방패막이와 저격수 역할을 해야했던 나 대변인 역시 이러한 부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던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맡든 아니든, 나경원 대변인은 앞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정치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제인가 한 인터뷰를 통해, 2004년 탄핵정국에서의 갈등상을 지켜보며 정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우리 정치의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그렇다면 이제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게된 상황에서 나 대변인도 그 뜻을 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집권세력이 지지자들 뿐 아니라 반대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들으며 통합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일 때, 그의 초심도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나경원 대변인이 자신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초심의 실천으로 보답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나경원 텔미'가 인터넷 검색순위 상위권에 오른 것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