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취급당하는 ‘DDoS 북한배후설'
국가정보원발 ‘DDoS 북한배후설'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DDoS 공격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국정원은 처음부터 ’북한배후설‘을 들고 나와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사이버 북풍’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북한배후설을 보고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그런데 사이버 테러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그냥 함량미달의 정황들만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다음은 정보위 의원들이 전한 국정원의 보고내용이다.
"이번 사이버 테러는 한국과 미국, 일본, 과테말라 등 16개국의 86개 인터넷 주소(IP)를 통해 사이버테러가 감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16개국에 북한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북한 조평통의 `사이버스톰' 비난성명 발표와 공격대상이 보수단체라는 점, 특정해커가 쓰는 수법 등으로 미뤄 북한 또는 종북세력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이버 테러의 배후는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산하 110호 연구소로, 이 연구소는 오래전부터 사이버 관련해서 훈련이 잘된 부대이다."
사진=국정원 홍보책자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산하 110호 연구소라는 이름까지 나오니 무시무시하고 거창해진다. 그런데 정작 국정원의 북한배후설을 일축하는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의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의 개입에 관한 어떤 정보도 없으며 확인해 줄 것도 없다." (I have no information that I have of North Korean involvement. I have nothing that I can confirm.)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
“일반적으로 아시아에 위치한 서버가 이번 공격에 동원됐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제임스 카트라이트 미 합참부의장)
미 국무부 대변인과 합참부의장이 북한배후설을 부인한 것은 국정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뿐만 아니다. 미국의 유명한 사이버 보안전문가들도 북한배후설을 반박하고 있다.
“이번 공격은 요란하고 미숙하다. 북한이 그렇게 했을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수많은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검증된 분석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아미트 요란 전 미 국토안보부 사이버 보안 최고담당자)
“북한이 근원지라는 설이 있지만 정확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버 네트웍스의 보안 전문가 호세 나자리오)
국내 보안전문가들도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들이다.
“북한 배후설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 (이명수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인터넷침해사고대응센터장)
"북한이 배후라고 확인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지금 나와있는 정황을 보면 북한을 테러의 배후로 보기는 어렵다" (모 백신개발업체 A팀장)
국정원은 외롭다. 디도스 공격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외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정원을 양치기 소년 취급하고 있다. 국정원이 신뢰할만한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북한 소행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의심대로 만약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아무 증거없이 북한배후설을 제기한 것이라면 국정원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내에서 인터넷 대란의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또한 그렇지 않아도 남북관계가 위기에 처해있는데 정치적 목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이 거듭해서 북한배후설을 제기하여 파문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상, 이 문제는 분명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국정원은 국민이 신뢰할만한 증거를 제시하든지, 아니면 섣부른 예단으로 혼란을 일으킨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1970~80년대 식으로 국민을 대하는 듯한 국가정보기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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