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의 입학사정관 변신을 보고
소설가 이문열씨가 지난 17일 한국 외국어대의 입학사정관을 맡아 구술면접 시험에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이문열씨는 지난 3월부터 한국외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어서 위촉사정관 자격으로 글로벌인재 전형의 면접 시험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한국외대 측은 "이 교수의 지명도와 문학적 자질 등을 고려해 석좌교수로 임용했고 올해 입시에 입학사정관으로도 위촉했다"고 밝혔다. 워낙 알려진 인사인지라, 그의 입학사정관 변신 소식은 여러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문열씨는 이 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와 컴퓨터공학과에 지원한 학생 14명의 면접을 맡아 인ㆍ적성 등을 살폈다고 한다. 그는 면접이 끝난 뒤, "젊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말로 면접관으로 참여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나는 여러 우려가 들었다. ‘이문열’ 하면 단지 작가로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극우적인 정치적 이념적 발언을 계속 해왔던 인사가 아니었던가.

소설가 이문열씨 ⓒ 유성호
이문열 하면 떠오르는 발언들이 여럿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시민단체들을 ‘홍위병’이라고 매도했던 발언. 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홍위병들이 각 분야의 권력 핵심에 들어가 재미를 보다가 이제 내놓게 되니까 각 분야에서 저항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말하며 정부비판 세력들을 매도했다.
또한 촛불시위를 향해 “촛불 장난을 너무 오래하는 것 같다. 불장난을 오래하다 보면 결국 데게 된다”던 발언도 빠뜨릴 수 없다.
이처럼 이문열씨는 정국의 주요 고비 때마다 시민사회 혹은 진보세력을 매도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그때마다 그의 지나친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곤 했다.
그런데 그런 이문열씨가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을 맡아 구술면접에 참여하다니. 만약 내가 면접을 치르는 수험생이라면 어떠했을까, 상상을 해보게 된다.
당장 면접장에서 이문열씨의 모습을 보는 순간 당황하고 긴장하게 될 것이다. 나는 촛불시위에 동조했던 사람이었는데, 촛불시위를 ‘장난’으로 생각하는 면접관이 자리에 있다. 혹시 촛불시위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면, 그것이 아니어도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까. 몹시 부담스럽게 될 것이다. ‘이문열’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념적 편향을 갖고 있는 사람인가를 알면 알수록 부담은 중압감으로 느껴질 것이다.
물론 면접에서는 수험생의 인성과 적성을 알아보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구술면접의 내용에 엄격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수험생으로서는 ‘이문열’이라는 인물을 의식할수록 부담이 따르게 되어있다. 위축이 되게 되어있다.
물론 이문열씨가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해왔는지, 어떤 이념의 소유자인지도 모르고,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수험생들도 많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평소 이문열씨의 발언들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던 수험생이라면 그날 면접 15분은 몸시 부담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얼마전 백낙청 교수는 “이문열은 합리적 보수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백 교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주요 사건들, 그리고 시민사회에 대해 그가 쏟아냈던 발언들을 보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인사가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을 맡아 면접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청와대가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방침을 밝힌 마당에, 어찌되었든 자유로운 면접을 제약할 수 있는 광경이 빚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해당 대학 측의 시정 조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렇게 치우친 사람을 내세워 공연히 수험생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