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이야기

시사블로거 몽구는 왜 눈물을 흘렸나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5. 10:03

블로그 세계에서는 잘 알려진 시사블로거 미디어몽구님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어제(15일) ‘2009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가 열렸습니다. 한국블로그산업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이 행사에 저도 ‘대한민국 대표 블로그 100’으로 선정되어 참석했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몽구님이 시사/비즈니스 부문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어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몽구님 하면 주로 현장 동영상취재를 주로 하는 전업적인 시사블로거입니다. 저보다는 훨씬 일찍, 5년전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방송같은데서 블로거들 인터뷰할 때 종종 등장할 정도로 유명세를 탄 파워블로거이죠.

그런데 어제 단상에서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말하던 몽구님, 마지막에 “시사블로그 너무 힘들어요!”라고 외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미 목이 메여 눈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상소감을 말하는 몽구님 (사진은 TNM 한영 대표 트위터에서 가져왔습니다)

저는 몽구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습니다만, 그는 자리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쁨의 눈물인줄로만 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시사블로거들은 몽구님이 ‘시사블로그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흘린 이유를 어느 정도는 읽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몽구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까 왜 그렇게 울었느냐고. 몽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5년동안 겪었던 고생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그랬다고.

행사가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몽구님, 요즘 블로그 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그 어려움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전업 블로그 입장에서 블로그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경제적 어려움이 크겠죠.

그런 점에서 몽구님의 눈물은 단지 그만의 눈물이 아닌, 시사블로거들이 공통적으로 맞고 있는 위기상황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점으로 시사블로그들이 급격히 추락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치적 체념과 피로의 분위기가 시사 이슈들에 대한 관심을 줄인 것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영향은 포털들의 시사블로그 홀대 정책으로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포털 다음의 블로그 정책변화는 시사블로그들에게 직격탄이 되어 돌아온지 오래입니다. 시사블로그들도 한때 다음 블로거뉴스를 통해 글 하나로 수십만의 방문자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다음뷰로 개편된 이후에는 방문자 수가 과거의 수십분의 일로 추락하는 상황들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초기 화면에 배치되어봐야 다음뷰를 통한 방문자가 고작 수백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재 다음뷰에서는 연예나 라이프 등의 분야와는 달리, 시사분야의 경우는 초기 화면에 자동노출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시사분야를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만이 볼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 페이지 첫 화면도 시사분야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도록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시사블로그들의 트래픽은 급격히 추락하였고, 트래픽의 추락은 광고수익의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몽구님이 어렵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겁니다.

제 경우를 봐도, 블로거뉴스 시절에는 다음을 통한 방문자 유입비율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 다음뷰를 통한 유입은 20~30%정도 선으로 추락한 상황입니다. 길게 보면 자생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시사블로거들은 직격탄을 맞고 전의를 상실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도 월 트래픽 1백만 목표를 접고 월 평균 목표 50~60만 수준으로 크게 하향 조정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제 경우는 유입 경로가 다각화되어 시사블로거들 가운데서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제 시상식에서 언론보도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독설닷컴>의 고재열 기자는 수상소감에서 “다음뷰는 시사도 초기화면에 자동노출시켜달라!”고 외쳐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제 옆 자리에 앉았던 고 기자, 블로그의 추락과 관련해서 이제 마음을 비웠다고 하더군요.

시사블로거들의 이같은 악전고투와는 달리, 다른 분야의 블로그들은 무척 풍요로와보였습니다. 연예, 요리, 여행, 건강.... 이른바 트랜드와 함께하는 분야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반해 한동안 우리 사회 여론을 선도한다는 얘기를 듣던 시사블로그들은 점차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시사블로거들이 특별한 대우나 배려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능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안나온다고 해서 TV 메인뉴스를 밤 12시 시간대로 밀어낼 수 없듯이, 연예기사보다 방문자가 적다고 해서 시사블로그들을 시각지대로 밀어내지는 말라는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공정한 경쟁의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재 포털들의 정책은 연예블로그와 시사블로그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구조를 낳고 있습니다. 시사블로그는 아예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도록 제대로 노출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속 구석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시사블로거들은 독자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의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어려움과 불만이 많습니다만, 그렇다고 시사블로거들은 쉽게 마우스를 놓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미 전의를 상실하여 블로그 글쓰기를 중단한 분들도 적지않지만, 그래도 많은 시사블로거들이 벼랑끝 싸움을 하는 심정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수익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공론의 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블로그 글쓰기를 하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당초 예상보다는 어려운 환경을 맞기는 했지만, 저의 블로그를 더욱 성장시켜 많은 분들께 좋은 글을 제공하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사블로거들에 대한 여러분들의 관심과 애정은 절실합니다. 좋은 글이다 싶으면 추천도 팍팍 눌러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의 몽구가 더 이상 외롭지 않도록, 그래서 다음에 상탈 때는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만들어주십시오. 저는 어제 밤 몽구의 눈물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