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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은 사법부 흔들기, 권력말기 현상 자초하나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21. 10:36

법원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판사의 신변을 보호하기로 했다. 법원 측은 이 판사에게 출퇴근 차량을 지원하고 법원 경비대를 동원해 출퇴근길을 경호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지난 19일 이 판사의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판사의 퇴진과 법원의 사과를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최근 일련의 문제 판결들을 보면 일부 판사들이 사법을 통한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판결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와 비판, 판사 개개인의 인성, 자질, 소양에 대한 공개적 검증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법관들에 대한 사상검증을 하겠다는 말이다.  

무죄선고를 받은 <PD수첩> 제작진 ⓒ 유성호

정부 공직자인 민동석 외교통상부 외교역량평가단장은 "국민의 법 감정, 일반적 법 상식을 넘어선, 편향된 판결을 하는 사법부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판사들을 퇴출시키려는 국민청원 운동을 벌이려고 한다"고 선언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법부의 판단에 불안에 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며 "나라를 뒤흔든 중요 사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이렇게 장외에서 특정 판결을 비판하는 것도 보기드문 장면이다.

유신정권이나 5공 정권 때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2010년 중도실용을 내건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않는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정권이 손보려던 인물들에 대해 무죄선고를 내렸다는 이유로, 법관들이 이렇게 수난을 겪고 모욕을 당하고 있다.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의 3개 기관에 분산하여 상호 독립시킴으로써 권력의 균형과 견제를 확보하는 삼권분립의 정신이 권력에 의해 유린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행정부의 권력남용이 있다면 사법부나 입법부가 이를 견제하고 막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권력은 이를 용인할 수 없다며 사법부를 흔들며 이제 사법부마저 장악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삼권분립의 근간이 뒤흔들리고 있는 이러한 상황은 분명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보자.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최근 법원이 좌파를 비호한다는 비판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라며 “좌편향, 불공정 사법 사태를 초래한 이 대법원장은 입장을 밝히고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않는 판결들이 나왔다고 대법원장까지 밀어낼 태세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법관들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이념 편가르기식 사조직’으로 규정하고 해체를 대법원장에게 요구키로 했다. 해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조직법을 개정, 법원내 사조직 구성을 금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키로 했다. 여당이 사법부내의 연구모임까지 손보겠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판사들을 들어낼 수 있는 ‘법원 내부 개혁’과 법관 임용 때의 ‘검증 절차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인사권을 무기로 사법부의 판결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제는 민주주의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길들이고 장악하여 권력의 요구에 순응하는 사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모욕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이다.

최근 이어진 <PD수첩> 제작진 무죄,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무죄, 강기갑 대표 무죄, 정연주 전 KBS 사장 무죄, 미네르바 무죄....  연이은 무죄 판결 앞에서 정권과 검찰은 무리한 기소에 대해 반성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권력은 거꾸로 목소리를 높이며 법관들을 비난하며 사법부를 흔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가리켜 ‘적반하장’이라 하는 것이다.

지금 권력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도를 넘어섰다. 아무리 법원의 판결에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사법부를 능멸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곧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에 대한 능멸이기 때문이다. 불만이 있다면 항소해서 다시 판결을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사법부를 이런 식으로 위협하고 흔들어서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을 강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사법부 흔들기 소동. 정말 막가겠다고 마음먹은 정권 말기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아직도 임기가 3년이나 남은 권력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지는 것을 납득하기가 어렵다. 한나라당과 검찰은 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고 자신들이 한 일을 돌아보기 바란다. 이런 식으로 막가면 그들에게는 더 큰 일이 닥치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