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대표와 자승 원장의 거짓은 닮은꼴
모름지기 지도자는 무엇으로 먹고사는가. 그것은 신뢰이다. 정치지도자는 국민으로부터, 종교지도자는 신도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때 비로소 그 자리에 서있을 수 있다. 만약 그들에게서 신뢰가 붕괴된다면 그들은 지도자의 위치에서 내려와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두 사람에게서 신뢰의 위기를 목격하고 있다. 한 사람은 집권여당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들을 이끌고 있는 안상수 원내대표, 다른 한 사람은 조계종을 이끌고 있는 자승 총무원장. 이 두 사람은 지금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은 서있는 곳이 다르다. 그러나 ‘봉은사 외압’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명진 스님을 겨냥한 자신의 외압성 발언을 처음에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더니, 그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의 자리에 배석했다는 김영국 거사의 증언까지 나온 마당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는지, 그냥 입을 닫고 있다. 이미 자신의 외압성 발언이 사실무근이라는 주장, 그리고 그 자리에는 자신과 고흥길 위원장, 자승 총무원장만이 있었다는 주장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 안상수 원내대표 |
![]() 자승 총무원장 |
그런데도 안 원내대표는 아무런 해명조차 없이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책임을 생명으로 여겨야할 정치인답지 않은 모르쇠식 전략이다. 그 침묵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알 수 있기에 안 원내대표의 모습은 거짓된 태도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명진 스님의 거취 문제까지 압박을 가한 것도 잘못이지만, 더 큰 잘못은 자신의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거짓으로 막으려 하고 있는 점이다. 잘못은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을 상대로 하는 거짓말은 우리가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불교계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자승 총무원장의 모습이다. 그래도 종교지도자라면 닳고닳은 정치인의 정직하지 못한 모습과는 무엇인가 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승 총무원장의 모습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파문이 커지고 조계종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고 있는데도 자승 총무원장은 직접 나서서 책임있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를 대신한 조계종 총무원 측에서는 “외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알려진대로 안상수 원내대표가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고 자신에게 말한 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자신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표명조차도 없는 상태이다.
이 역시 진실을 밝히는 일을 외면하고 안상수 원대대표의 거짓말 행보와 손잡은 거짓된 모습이다. 어제도 조계종 총무원 측은 명진스님이 공개한 여러 새로운 내용들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구하고 너무도 구차스러워 보인다. 커다란 진실을 덮고 지엽적인 문제만 갖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는 모습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묻는다. 자승 총무원장은 명진 스님이 공개한 안상수 원대대표의 외압 발언을 들은 적이 있는가 없는가, 그리고 그러한 발언과 자신의 처신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답하지 않고 진실을 가리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불자들을 무슨 낯으로 대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이제 두 사람은 자신들의 거짓을 고백하고 자신이 서있는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옳다. 정직하지 못하여 신뢰를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과 신도들을 이끄는 지도자 행세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정치와 불교계의 앞날을 위해 안상수 원내대표과 자승 총무원장은 책임을 지고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