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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 바람 앞에서, 사돈 남 말하는 MB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8KBS 특별기획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정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통령에게 질문을 할 패널구성을 보니 이번에도 소통이 아니라 대통령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일방향 발언의 자리인 듯하여 필자는 굳이 시청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시청하지 않았다. 그저 나중에 언론에 보도된 발언내용만 접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이 대통령의 발언이 눈에 들어왔다. ‘안철수 바람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 대통령은 "스마트 시대가 왔지만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면서 "안철수 교수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그 변화 욕구가 안 교수를 통해 나온 게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나아가 "이것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를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오히려 (정치권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 있었던 대통령과의 대화 (사진= 청와대)


이에 대해 언론들은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변화 욕구가 안 교수를 통해 발현된 것으로, 여야 정치권의 `환골탈태'를 주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연합뉴스)고 보도하였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을 접하고서는 사돈 남 말 하고 있다는 말이 곧 바로 떠올랐다. 지금 이 대통령이 안철수 바람과 관련해서 아날로그 정치를 비판하고 정치권의 변화를 주문할 처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정치를 아날로그 시대로 되돌린 장본인이요, 가장 먼저 환골탈태해야할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집권 이래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을 배제하고 심지어 사찰과 탄압의 칼을 휘둘러왔다. 그런가 하면 방송을 장악하여 자신에 대한 비판을 목소리를 막고 여론을 조작하려 해왔다. 자신 대한 쓴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 소통부재의 모습을 고집해왔고, 언제나 혼자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아날로그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방향 소통의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 정치의 스마트화를 가로막고 시계바늘을 되돌린 것은 바로 이 대통령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런 이 대통령이 너무도 태연하게 정치권이 변화할 것을 훈계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오죽하면 보수신문들도 이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을까. <조선일보>10안철수 바람은 MB정치가 불러온 것이라는 사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 한나라당이 지난해부터 선거란 선거에서 모조리 패배하고 급기야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안철수 바람까지 불러온 가장 큰 배경이 이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란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은 요즘 한나라당이 겪는 내우외환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는 입장에 있다. 대통령은 지난 4년의 정치가 무엇이 잘못됐길래 여기까지 흘러왔는가를 되돌아보고 남은 1년만이라도 안으론 계파를 허물고 밖으론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에 온몸을 던져야 한다.”

<중앙일보>대통령은 안철수 바람과 무관한가라는 사설을 통해 비판에 나섰다.

 “... 청와대는 안철수 바람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현 집권세력의 중심은 대통령이다. 바람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람의 실체는 안철수가 아니라 유권자다. 그래서 안철수 바람은 대통령이 자신과 무관한 듯 말해선 안 되는 민심의 경고다.” 

평소 이 대통령의 편을 들곤 했던 신문들까지 나서서 비판한 것을 보니, 이번 발언이 거북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진보-보수를 망라한 국민적 합의였던 것 같다. 

필자는 안철수 바람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접하면서 다시 한번 절망의 벽을 느꼈다. 이 대통령은 정말 국민의 변화 요구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한다는 안철수 원장의 돌풍이 바로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할 지경이다. 나의 절망은 다시 근본적인 지점으로 향한다. 이 대통령은 어쩌면 이리도 성찰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일이 생겨날 때마다 평론가로 변신하여 다른 사람들 탓만 하는 모습 앞에서 절망을 느낀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련된 대통령과의 대화가 우리에게 준 것이 있다면 이 대통령에 대한 이같은 절망이다. 그래서 굳이 추석 연휴 직전에 대통령과의 대화를 방송한 의도가 조금은 먹혀들지 모르겠다. 가족들이 모여 안철수 바람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말미에 이 대통령 얘기도 나올지 모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안철수 바람에 대해, 어쩌면 저렇게 사돈 남 말하듯 하느냐는 야유가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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