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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 비주류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민주당 친노 주류세력을 향한 대선패배 책임론은 그동안 당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세력은 물러서지 않고 54일 전당대회에서 당권경쟁에 나설 태세이다. 주류세력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갖게 되는 차기 당권이 비주류 측에 넘어갈 경우 자신들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에서의 당권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당권경쟁과 관련하여 빈번히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그러면 비주류는 주류보다 낫느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친노 주류세력이 대선패배 책임을 져야한다는 데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비주류세력에게 당권이 가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들이 많다. 그만큼 민주당 비주류세력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이같은 비주류 불신론의 상당 부분이 일리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비주류세력은 차기 당권을 가질 세력으로서 몇가지 중대한 한계를 안고 있다. 나는 제1야당인 민주당의 당권을 가질 세력은 사실 몇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그동안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갖은 통제와 탄압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얼마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야당 지도부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기본적인 문제이다. 이 점에서 볼 때, 현재의 비주류세력은 독주하는 정권을 견제하는데 있어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오지 못했다.

둘째, 야당을 이끌고 나갈 세력으로서 책임있는 정치적 역할을 해왔느냐는 점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민주당 비주류세력은 대체적으로 정국의 결정적 고비 때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지않고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한 모습이 당권을 갖지 못한 입지의 한계라는 변명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발언없이 권리없다는 것은 이들에게 해당될 수 있는 말이다.

셋째,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노선을 보여주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당 내에서 당권이 교체된다는 것이 단지 계파간의 권력이동으로 그쳐서는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새로운 사고와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 국민의 눈에는 주류나 비주류나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비주류세력은 흔히 중도를 제창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중도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신중도가 아니라 낡은 중도에 머물러있다. 신중도는 사회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정치가 해결해 나가야할 새로운 의제들을 제시하는 것이어야지, ‘종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과거식 색깔론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민주당 비주류세력이 말하는 중도는 다분히 과거회귀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의 중도에는 미래가 보이지를 않는다. 중도로의 확장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은 보다 신선하고 새로운 가치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오늘날 민주당 친노 주류세력에 대한 비판이 비등함에도 비주류세력이 그 대안세력으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필자가 5.4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친노 주류세력이 다시 당권을 잡게되면 민주당은 친노 정당으로서의 성격이 분명해지면서 당의 분해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비주류 지도부가 들어선다 해도 국민의 지지 속에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조금도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내부의 동력만으로는 민주당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이유이다. 민주당 자신의 힘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주류가 대중적 신망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류세력의 당권유지 욕심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기본적인 사안은 비주류의 한계를 따지는 일에 우선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임져야 할 세력이 책임질줄 모르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현실은 정당민주주의의 요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책임져야할 세력은 물러나고 당권교체가 가능해야 비로소 정당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정당이라 말할 수 있다.

지금 민주당에게 더 급한 것은 당권이 교체될 수 있는 정당민주주의가 가능한 정당이냐를 보이는 일이다. 그 다음에, 그렇다면 다른 세력은 제대로 하는가를 지켜보고 평가하고, 그리고나서 필요하면 심판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물러나면 누가 우리를 대신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은 독재정권이 장기집권할 때 사용하던 논리이다. 민주당은 일단은 그 이데올로기를 무너뜨려야 한다. 민주당 비주류세력이 여러 결함과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주류세력의 장기집권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할 문제인가를 잘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