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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MB 전봇대' 찾기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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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이명박 당선인)의 말 한 마디에 관련기관들이 느닷없는 전봇대 찾기에 나섰다.


MB는 어제 인수위원회 간사회의에서 현장의 살아있는 정책을 강조하면서 대불산업단지 내에 있는 ‘전봇대’ 문제를 예로 들었다.


대불공단 전봇대의 사연


"선거 때 목포 대불공단에 가 봤는데 공단 옆 교량에서 대형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전봇대가 서 있어 잘 안된다. 그 전봇대를 옮기는 것도 몇 달이 지나도록 안됐다"면서, "산자부 국장이 나와있어 물어봤더니 `도(道)도 권한이 없고 목포시도 안되고 산자부도 안되고 서로 그러다 보니전봇대 하나 옮기는 것도 안 된다. 아마 지금도 안됐을 거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2-3년 동안 중.대형 조선업체들이 단지에 집중 입주하면서 대형 블록을 실은 차량통행이 급증했고, 전봇대와 전선이 물류 이동에 큰 방해가 되고 있다고 한다.


MB의 발언이 알려지자 관련기관들은 발칵 뒤집혀서 문제의 전봇대 찾기에 나섰다.


인수위원회측은 “전봇대 문제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며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윤영역 대불지사장을 불렀고, 윤 지사장은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급히 서울로 상경했다. 출장 중인 다른 직원들까지 인수위로 올라갔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들도 즉시 대불공단에 내려갔다. 전라남도와 영암군에서도 현장에 직원들을 보내 실태조사에 나섰다. 한국전력에서는 고위임원과 지역 본부장 등 7명이나 현장에 나타났다고 한다.


MB 한마디에 발칵 뒤집힌 관련기관들


이들은 MB가 말한 문제의 전봇대를 찾느라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당선인의 말 한 마디에 관련기관 사람들이 이리뛰고 저리뛰는 진풍경이 빚어진 것이다.


당선인의 말이 무섭기는 무섭구나. 왜 진작에 입주업체들이 해결을 요청할 때 저런 자세로 뛰지 못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물론 문제 해결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라남도는 단지내  중대형 도로에 있는 전봇대를 지중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46억 원을 들여 1단계 구간의 공사를 대부분 마무리했다.


그러나 전선 지중화와는 별도로 전봇대 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소규모 도로에 위치한 중소 조선 부품업체들은 조립품 운반에 한계가 있어 대규모 수주를 할 수 없다며 여전히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대불산업단지에서 대불항으로 오가는 10여개의 교량을 화물차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재가설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업체측의 요구가 나오고 있다.




'위만 바라보고 하는 행정'도 보기 민망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사업비 부담문제가 따른다. 그러나 업체들은  예산도 문제이지만, 각 기관들의 책임의식이 없어서 해결이 늦어졌다고 지적한다.


도로는 자치단체, 산업단지는 산업자원부, 전봇대는 한전 등으로 관리가 나눠져 있는 데다 예산 문제가 겹치다보니 서로 책임만 떠넘기다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관련 기관들이 서로 의견을 모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인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MB가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을 하니까 이제서야 각 기관들이 앞다투어 해결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오늘 오전 대불산단에 점검단을 파견해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라도 관련기관들이 업체들의 민원해결에 적극 나선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서로가 책임을 미루다가 당선인의 말 한 마디가 나오니까 허둥대며 뛰어 다니는 모습은 아무래도 보기 민망하다. 탁상행정도 문제이지만, 이렇게 '위만 바라보고 하는 행정'도 문제이다.

대불단지로 간 공무원들이 찾아야 할 것은 'MB 전봇대'만이 아닐 것 같다.  차제에 아래를 보며 일하는 자세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