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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정치'에 빠져버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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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표는 몇몇 언론사에 의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보여준 그의 깨끗한 승복 모습이 우리 정치발전에 미친 영향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였다.

2007년의 박근혜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요즈음은 다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집권을 하게된 한나라당의 지도자인가, 아니면 박근혜계의 일개 수장일 뿐인가. 최근 박 전 대표의 모습을 보면 이런 물음이 생겨난다.

박근혜에게서 찬 바람이 돈다

한나라당 공천문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발언들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누가 누구를 향해 물갈이를 한다는 이야기냐."
"만약 공천에 과거로 돌아가거나 잘못간다면 좌시하지 않겠다."
"공천이 과거 밀실정치로 돌아간다든지, 사당화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저지하겠다."

그가 측근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표현들이다. 총선 공천 문제에 모든 것을 거는 듯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어제는 '4강 특사'들과 이명박 당선자가 함께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시종 냉랭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이재오 의원과는 악수조차 나누지 않았다고 여러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와도 계속 어색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요즈음 박 전 대표에게서는 찬 바람이 돌고 있다. 4월 총선의 공천 문제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있는 듯한 모습이다.

공천 올인, 계파정치의 모습 아닌가

박 전 대표가 4월 총선 공천시기 문제에 왜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 그 배경은 읽을 수 있다.

'차기'를 노리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18대 국회에 자기세력이 최대한 진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야 이명박 대통령에게 휘둘리지 않는 독자적인 힘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래야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상관없이 자기 힘으로 '차기'를 노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자기 사람들을 확실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야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도 계속 자기세력을 이끌 수 있다. 그런 판단들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총선 공천문제에 모든 것을 걸고 사활을 건 투쟁을 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보여주고 있는 총선 올인의 모습은, 지난 해에 그가 보여주었던 신선한 모습과는 대비된다.

계파 수장으로서 자기세력을 분명하게 챙기려는 사정은 이해가 되지만, 한나라당 집권이 시작되는 시점에 이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결코 좋아보일 수는 없다.

계파 수장의 입장에서는 공천이 최대의 관심사일지 모르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정권이 앞으로 제대로 해나갈지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도 이명박 당선자를 도왔던 한 사람으로서 그에 걸맞는 처신을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새 정부가 가야할 길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충고도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박 전 대표는 이러한 국가적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고, 오직 공천문제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동안 자신이 비판해왔던 계파정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러다보면 자신의 위치를 계파의 수장으로 낮추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박 전 대표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 공천 문제는 어디까지나 한나라당 내부의 문제이다. 자기들끼리의 문제이다. 한나라당 정권이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식으로 갈등하는 모습만 부각시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를 내다보는 정치지도자라면 계파의 이익을 넘어 전체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박근혜가 '2007년의 인물'을 넘어 '2012년의 인물'이 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