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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윤창중 발탁 자체가 잘못된 신호였다

"윤창중은 내 인생 최대의 악연(惡緣)이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이미 사의를 표한 이남기 홍보수석의 말이다. 어디 그만 악연으로 생각하겠는가. 지켜보는 국민들에게도, 그를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악연이라는 말이 떠오를 상황이다 

그만큼 윤창중이라는 인물이 사람들에게 안겨준 충격은 크다. 그것은 미국에서의 성추행 사건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를 둘러싼 얘기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아직도 그를 두둔하는 변희재나 정미홍같은 일부 사람의 눈에는 윤창중 죽이기를 위한 마녀사냥으로 비쳐질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윤창중이라는 인물이 고위공직자, 그것도 대통령의 입 역할을 수행하기에 얼마나 부적절한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성추행 사건이나 그에 대한 거짓 해명은 차치하고라도, 그동안 청와대 대변인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들도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그가 상급자인 이남기 수석보다 한수 위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여 사실상 이 수석의 지휘를 받지 않아왔다는 청와대 직원들의 증언, 미국 방문시 자신에게 배정된 차량을 청와대 수석이 타는 캐딜락급으로 바꿔달라 하는가 하면, 숙소도 반드시 대통령이 묵는 호텔에 있어야 한다며 변경 요구를 했던 일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미국방문 이전에 누가 가느냐를 놓고 김행 대변인과 갈등을 빚었던 일은 이미 널리 알려졌던 일이다. 그 중요하다는 미국 방문, 대통령의 중요행사가 이어지던 날, 그는 술에 취해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마디로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가있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참여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버리는 모습은 고사하고, 알량한 자리에 올라 권력을 누리고 행세하려는 욕구만이 넘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보면 성추행조차도 빙산의 일각일 뿐, 윤창중 전 대변인의 행실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결국 기본적인 자질의 문제이다. 애당초 윤 전대변인이 과연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중책을 맡을만한 사람이었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성추행 사건 전후를 통해 드러난 윤 전 대변인의 행실을 종합해보면 대답은 '아니오'(No)라고 나온다. 그는 애당초 청와대 대변인을 맡기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반대했던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인수위원회 대변인에 임명하고, 다시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했을 때 여론의 비판은 비등했었다. 그가 단순히 보수나 여당의 편에 선 인사였다는 점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정치나 이념의 문제를 넘어 보편적 상식에서 금도를 넘어서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야권 후보에게 정치적 창녀가 활개치는 나라운운하며 차마 입에 답을 수 없는 막말들을 쏟아냈다.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채널을 돌려버렸지만, 그는 그런 야당 저격수 역할을 한 공로로 발탁되었고 정치적 출세의 길을 달린 셈이 되었다. 무수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같은 무리수를 밀어붙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댸통령이 윤창중씨를 발탁한 것은 잘못된 신호로 작동하였다. 국민들에게는 대통령이 자신의 편만 들어주면 사람의 수준을 가리지 않고 중용한다는 신호를 주었고, 보수 논객들에게는 나도 더 자극적으로 야당을 때리다보면 눈에 들 수 있다는 망상을 심어주기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키는데 필요한 품격같은 것은 다 소용없고, 막가는 충성심만이 대접받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박 대통령은 준 것이다. 

애당초 윤창중같이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막말의 주인공을 인정해주고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까지 발탁하는 정치. 그것은 이미 도덕과 정의가 실종된 정치를 의미한다. 윤창중같은 사람이 통할 수 있었던 정치, 그의 낯뜨거운 언행들이 대접받을 수 있었던 정치, 그것이 이번 성추행 사건을 낳은 근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이 그 점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