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어제 KBS TV·라디오 PD, 보도국 기자 조합원들은 대통령의 주례연설 방송 폐지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피켓시위에 나선 것은 대통령 주례 연설을 가을 개편부터 변경된 포맷으로 내보내겠다던 약속을 사측이 어겼기 때문. 그동안 KBS 내부에서 라디오 PD들을 중심으로 일방적인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KBS 사측도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송'으로 포맷 변경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러한 약속은 가을 개편에서 지켜지지 않았고,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은 바로 어제, 이전과 똑같은 포맷으로 방송되었다.
어제 피켓시위에 나선 PD와 기자들은, 이병순 사장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한 뒤 KBS 구성원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조용히 떠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폐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들만은 아닐 것이다. 연설이 1년이 넘게 계속되는동안 대통령의 일방적인 방송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이 대통령은 종종 정치적 의견이 나뉘는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에 대한 반론권이 야당에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편파방송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마당에 KBS 사측이 이번 가을 개편에서도 대통령의 주례연설에 아무런 손도 대지않고 그대로 방송을 내보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 주례 연설 방송에 대한 편성권은 분명히 KBS에게 있다. 물론 청와대와의 협의를 거쳐 이루어지는 방송이지만, 그러한 방송을 어떻게 편성하느냐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KBS 측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이 방송된지도 이제 1년을 넘었다. 그렇다면 다른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개편을 하는 것이 방송의 상식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의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청취자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변화나 폐지의 필요성은 없는지 등을 당연히 검토하고 판단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주례연설만큼은 개편의 성역인 듯하다. 필자가 체감하기에는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을 참을성있게 듣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반응도 별로인 것 같은데, 이 프로그램은 1년이 넘었는데도 방송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포맷도 아무런 변화가 없어 식상한지 오래이다.
그 잘하던 김제동씨를 퇴출시킬 때 KBS 이병순 사장이 뭐라고 둘러댔던가. 너무 오래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작진이 판단했다고 그러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 대통령도 주례연설 방송을 혼자서 너무 오래했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통령 연설이야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노릇이니, 주례연설은 폐지되는 것이 순리이다.
KBS가 청와대 홍보수석실 산하에 있는 방송이 아니라면 이제 이 정도로 대통령 주례연설은 폐지하는 것이 옳다. 반론의 기회조차 없는 일방적인 연설을 1년이 넘게 방송으로 내보냈으면 할만큼 한 것 아닌가. 이병순 사장은 물러나기 전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통령 주례연설을 폐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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