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새 사장 선출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제 열린 KBS 이사회에서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사장 선출을 위한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당초 여야 4대1로 일방적인 사추위를 밀어붙였던 여당측 이사들은 1명을 야당측에 양보하여, 여야 3대2의 구성안에 대한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사추위는 공모자 가운데 5명을 선별해 이사회에 추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일단 사추위 구성방안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졌지만, 낙하산 사장 선출을 막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특별다수제의 도입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단순 과반수가 아니라 위원 3분의 2 또는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실질적으로 낙하산 사장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사추위 내부에서는 합의를 통한 후보 추천이 가능해지고 여당측 위원들의 일방적인 추천이 어려워진다.
이에 대한 여당측 이사들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오는 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비롯한 사추위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KBS 사장의 역할에 대한 여권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당측 이사들이 이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쉽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특별다수제의 도입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공정방송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을 KBS 사장으로 선출하는데 있어서 관건이 되는 문제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야당측 위원들까지 대체로 동의하는 인물이라야 사장 후보로 추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측 이사들이 발상의 전환만 한다면 사실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사추위가 여야 3대2로 구성되는 마당에 야당측 위원들이 자기들이 지지하는 인물을 사장으로 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만 야당측도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인 인물을 추천하자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KBS의 사장에 낙하산 인물, 혹은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인물이 부적절하다는데 공감한다면 여당측 이사들이라고 이를 못받을 이유는 없다.
KBS 새 사장 공모절차는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사장 후보 공모가 10일까지 진행되고 나면 사추위가 14일까지 사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되어있다. 이병순 사장의 임기가 오는 23일까지로 되어있으니까 그 이전까지는 새 사장 선출이 완료될 것이다.
국민여론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KBS 다음 사장에 어떠한 인물이 되느냐는 여론의 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병순 사장이 들어설 때 겪었듯이, 이를 KBS 구성원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역부족이다. KBS에 다시 낙하산 사장을 선출했다가는 여론의 악화로 인해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우려된다는 여권 내부의 인식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얼마전 MBC의 경우가 좋은 사례이다. 새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회는 엄기영 사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교체를 시도했지만, 커다란 반발과 충돌을 초래할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한발 뒤로 물러선 바 있다.
KBS 사장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정권에 줄을 댄 낙하산 사장이 다시 선출된다면 큰 일을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생겨날 정도로 여론의 관심이 커져야 낙하산 사장을 막아낼 수 있다.
다 지나간 다음에야 목소리를 높일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 KBS 사장 선출 과정을 주시하며 낙하산 사장은 안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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