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비평

엄기영 사퇴, 손석희 김미화는 지켜내야

MBC 엄기영 사장이 결국 사퇴했다.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한 방송문화진흥회의 여당측 이사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임원인사를 밀어붙이자 이에 대한 볼복의 표시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이 심으려하고 엄 사장이 거부한 인물들이 MBC의 보도본부장, 제작본부장 같은 핵심 요직을 차지할 때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MBC의 프로그램들은 급격히 보수편향으로 가게 될 것이고, MBC는 KBS의 뒤를 이어 친정부적 방송으로 변질되게 될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엄 사장은 사장의 인사권조차 제약하며 자신을 식물사장으로 만드려는 방문진 이사회를 향한 무언의 항의 표시로 결국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퇴의사를 밝힌 엄기영 사장 ⓒ 권우성

그런 점에서 엄 사장의 사퇴는 방문진 여당측 이사들에 의한 사실상의 사퇴 압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밑에서 일할 사람들조차 자신의 뜻에 반하는 인사들이 선임되는 식물사장의 굴욕을 엄 사장은 더 이상 견디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엄 사장의 사퇴는 MBC 안팎에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KBS에 이은 MBC 장악 논란과 함께 후임 사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것이다. 당장 MBC 노조는 방문진의 폭거를 규탄하면서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상황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상황은 엄 사장의 사퇴로 MBC가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방문진은 후임 사장에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친여성향의 인물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MBC 장악에 속도가 붙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것이 정권과 그 대리인들의 뜻대로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MBC 구성원들은 KBS와는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명무실했던 KBS 노조와는 달리 MBC 노조는 탄탄한 기반과 결속력을 갖고 있다. MBC 노조가 MBC 장악과 낙하산 인사에 저항하며 강력한 투쟁을 벌인다면 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6월 2일의 지방선거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MBC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 큰 부담일 수 있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해 10.28 재보선에서 김제동씨 퇴출 파문이 큰 악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방송에 대한 무리한 통제는 그만큼 국민여론에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제 MBC에서 엄기영 사장이 물러나고 낙하산 사장이 들어오는 광경이 부각되고, 그리고 그를 둘러싼 갈등이 분출될 경우 여권은 선거를 앞두고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이 MBC에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여론의 추이가 될 것이다. MBC를 공정방송으로 지키려는 것은 단지 MBC 구성원들의 바람만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시청자들, 그리고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MBC 구성원들이 MBC를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를 먼저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커다란 힘을 실어줄 것이다. 엄기영이 물러난 이제, 손석희도 김미화도 다 날아가게 생겼다. 그들을 지키고 MBC를 지키는 것, 깨어있는 시청자들 모두의 책임이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앱을 무료다운 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