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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눈사람 박대기 기자, KBS 홍보맨이 되었나

지난달 폭설대란이 발생했던 4일 아침, 내리는 눈을 그대로 맞으며 리포팅을 해서 시청자들의 격려를 한 몸에 받았던 KBS 박대기 기자. 그가 요즘 여러 가지로 바쁜 모양이다.

‘눈사람 박대기’가 화제를 모은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그에 관한 기사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보도 이외의 영역에 박 기자가 나타난다는 예고 기사가 종종 눈에 띈다.

박 기자의 유명세를 타고 KBS는 홍보영상에 그의 리포팅 장면을 편집해서 내보냈다. 그런가 하면 KBS 인기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는 건설회사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 역할로 박 기자가 카메오 출연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또 KBS 예능프로그램 '미수다 2‘에서는 박대기 기자를 핫이슈로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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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기 기자의 폭설 리포트 Ⓒ KBS 뉴스

지난 9일에는  박 기자가 KBS 2TV 퀴즈쇼 '1대 100'에 출연하여 5천만원에 도전하였다. ‘신입사원’ 특집으로 제작된 이날 프로그램에서 박 기자는 5단계까지 통과했지만 6단계에서 틀려 5천만원을 향한 도전에는 실패했다.

이렇게 박대기 기자는 폭설 리포트 이후 KBS에서 홍보영상, 드라마, 예능, 퀴즈를 누비며 맹활약을 하고 있다. 박 기자의 출연 소식은 미리 예고기사를 통해 홍보되곤 한다. KBS는 박 기자의 유명세를 적극 활용하며 그를 등장시켜 홍보효과를 얻으려는 모습이고, 박 기자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이곳 저곳에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는 마음이 개운치않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지금 박대기 기자가 속해있는 KBS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봐줄래야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정권의 충실한 대변자가 된 KBS 뉴스. 박대기 기자처럼 잘 알려진 기자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얼굴을 내밀며 KBS를 홍보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KBS 보도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이 곱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실 지난 번에 박 기자가 더 인기를 모았던 이유가 하나 또 있었다. 당시 KBS 기자들이 사측의 보복인사에 항의하며 제작거부 호소문을 냈을 때, 박 기자의 이름도 들어있었던 것이 알려지면서 그는 ‘개념있는 기자’ 대우를 받으며 더욱 인기를 모았다. 그러했기에 박 기자를 향한 시청자들의 성원에는 눈사람 리포트 이상의 의미가 실려있었던 것이다.

그러하기에 기자로서가 아닌 ‘외도’를 통해 자꾸 등장하게 되는 박대기 기자의 모습이 반갑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시청자들에게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곳은 드라마나 퀴즈쇼가 아니라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 정치사회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장에서 기자로서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박대기를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KBS가 수신료 인상 홍보에 박대기 기자를 내세우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만약 사실이라면 박 기자는 그것으로 우리와는 끝이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시청자들의 반발 속에 추진되고 있는 KBS 수신료 인상에까지 그가 들러리를 서게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느닷없이 스타 기자가 되기는 했지만, 박대기 기자도 이제는 시청자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자신의 책임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부끄러운 KBS를 홍보하는데 더 이상 이용될 것이 아니라, 오늘 KBS 기자가 고민하고 분투해야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찾아 그 길을 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현장, 그곳에서 눈사람 박대기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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