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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MBC 이진숙 국장에 대한 유감

"Either you are with us or you are with enemy."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의 편이다.") 

MBC 이진숙 홍보국장이 어제 자신의 트위터에 인용한 말이다. 이 국장은 이 말을 올리며 부시 대통령이 9.11테러 이후 미국 편에 서지 않았던 나라들에게 한 말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그 위험성을 다시 생각합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왜 갑자기 이 얘기를 꺼냈을까. 아마도 어제 트위터에서 고재열 기자가 자신의 변신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데 대한 반론성 트윗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이진숙 국장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얘기를 꺼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MBC 노조가 파업을 벌이던 지난 8,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신을 향해 비판이 쏟아졌을 때 이 국장은 알랭 드 보통의 다음과 같은 말을 트위터에 올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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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국장

독선과 자기과신으로부터 도망친 진보주의자들은, 이제 확신의 위험에 꽂혀 전투적인 의심에 사로잡혀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지라며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

아마도 이 국장은 자신을 향한 진보주의자들의 비판적 시선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항변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은 듯하다.

그러나 과연 이 국장이 자신을 향한 비판이 부당하다고 항변할 위치에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 이진숙은 누구인가. 지금 우리 앞에 서있는 이진숙은 김재철 사장이 이끄는 MBC 사측의 입장과 논리를 대변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홍보국장이자 대변인이다. 실제로 이 국장은 책임을 맡은 이후 MBC 내에서의 숱한 갈등이 있을 때마다 사측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설명해왔다. 노조파업 때 그러했고 <PD수첩> 결방 때 그러했으며, 이번에 '후 플러스'‘W'를 폐지시키고 '스타오디션'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영성 강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번 사측의 입장에 서서 그 논리를 말해왔고, 그 점과 관련하여 이전의 어느 책임자와도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홍보국장을 맡고 있는 사람의 당연한 책무일 것이다. 김재철 사장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렇지 않을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놓을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홍보국장은 원래 그런 일 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왜 이진숙 국장은 그것을 구태여 부정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MBC를 지키기 위한 노조와 많은 시청자들의 안간힘이 계속되는 동안 사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왔던 이 국장이 아직도 자신이 사측의 편에 서있음을 부정하며 비판자들의 이분법적 사고를 반박한다면 이처럼 황당한 광경도 없다.

이는 결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진보주의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진숙 국장 바로 자신의 문제이다. 자신은 이미 방송장악의 대리역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사측의 에 서서 모든 일을 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을 진보주의자들의 전투적 의심으로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이라크 종군기자 출신의 이진숙은 이제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의 정치적 의미를 읽지못할 정도로 바보가 된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진숙 국장에게 그 자리를 던져버리라고 요구하고 싶지않다. 아니, 나에게는 그럴 요구를 할 권리가 없다. 그녀가 자신의 앞길에 대해 어떠한 그림을 그리고 어떠한 선택을 하든 그것은 그의 자유이다. 다만, 자신의 위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사람, 혹은 전투적 의심만 하는 진보주의자로 매도하는 일만큼은 중단해주기 바란다.

그보다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 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이라크 종군기자 출신 이진숙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이진숙 하면 이라크 종군기자를 떠올리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엉뚱하게도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를 떠올리는 이유를 이진숙 국장은 정녕 모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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