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제에 맞서 민족의 독립을 되찾기 위해 일어섰던 3.1절 9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방송사들도 3.1절을 맞아 특집 편성 프로그램 한 두 개씩을 내보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영 이상한 특집편성이 눈에 띄었다. KBS 2TV에서는 3.1절에 6.25 전쟁을 다룬 영화를 방송한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6월에 개봉했던 것으로 이재한 감독이 연출하고 차승원, 권상우, T.O.P, 김승우 등이 출연했던 작품이다. <포화속으로>는 6.25 전쟁에 참전했던 학도명들의 희생을 다룬 것으로, 북한군이 낙동강 전선으로 결집하고 있던 때에 낙동강과 포항 일대에서 벌어졌던 처절한 전투를 그린 전쟁실화다.
그런데 현충일이나 6월 25일이면 모르겠지만, 3.1절에 느닷없이 6.25 전쟁을 그린 영화를 방송하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설마하니 3.1절이 어떤 날인지 몰라서 그랬을 리는 없을 것이고, 혹시 일제에 항거했던 정신으로 북한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 특집 편성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마저 든다. 걸핏하면 방송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각심과 적개심을 일깨워주고 있는 KBS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런 상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 모른다.
KBS의 편성담당자는 상대가 일제이든 북한이든, 맞서 싸우는 것은 다 숭고한 정신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3.1절에 왜 6.25 전쟁영화를 봐야하는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KBS의 깊은 뜻을 국가관이 투철하지 못한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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