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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두언, MB맨에서 MB 저격수로 변신


이명박 정치가 아닌 정두언 정치를 하겠다.” 

지난해 6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서면서 정두언 의원이 했던 말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자신의 이름 위에 덧씌워있어 그런 선언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 그는 정두언 정치를 했고, 더 이상 그를 이명박계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아니, 이제 그는 누구보다도 이명박 대통령 비판에 앞장서는 정치인이 되었다. 

정두언 의원 (사진=이경태)

"수해는 그렇다 치고 무슨 현안마다 장관 목소리는 없고 대통령 얘기만 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 하기엔 우리나라는 너무 큰 나라인데 장관을 실무자 취급하면 누가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겠냐... 보스는 좋은 인재를 써서 잘 부리는 사람이다." 

"이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잘못한 것에 대해 승복하지 않아서 그 부담을 당이 다 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최근의 민심은 노무현 정부 말기와 거의 같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문제점을 한마디로 말하면 민심 무시이다.“ 

"74 전당대회 결과를 `친이계의 몰락이라고 하지만 나는 일그러진 영웅들의 퇴장이라고 하고 싶다... 그동안 그들로 인해 중세 암흑기를 방불케한 정치적 반동의 시대를 겪었다.“

근래 들어 정두언 의원이 이 대통령을 향해 가했던 비판들이다. 아마 여당 전체를 통털어 이 대통령을 이렇게 혹독하게 비판하는 정치인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이 대통령 비판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 탄생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MB맨이었기 때문이다. 정 의원과 이 대통령의 정치적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서울시장선거 때 그는 이명박 캠프에서 이명박 시장의 당선을 위해 뛰었고, 그 이후 서울시 정무부시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대선에 이르기까지 그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웠다. 그랬던 정 의원이 이제는 이 대통령과 결별하고 독설을 꺼내곤 하는 광경은 정치무상을 느끼게 한다. 

그가 이 대통령과 결별하게 된 것은 지난 대선 때 국세청이 만든 ‘MB 일가 X파일을 구하려한다는 설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소문을 들은 이 대통령이 정 의원을 질책하면서부터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멀어졌고, 정 의원이 박영준 비서관의 권력사유화를 비판한 것을 이 대통령이 권력투쟁으로 불편하게 받아들이면서 회복불능의 관계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소상한 사연들이야 알 수 없지만, 이 대통령이 어떻게 정두언이가 그럴 수가 있느냐고 화를 냈던 시기에 정 의원은 무릎꿇고 빌지않고 반란의 대열에 섰던 셈이다. 이미 MB의 마음을 돌리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인으로서의 소신을 위한 결단이었는지는 몰라도, 어찌되었든 대표적인 MB맨이 이제 MB 비판의 선봉에 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경우 세상은 대개 윗사람의 부덕, 혹은 리더십 부족을 일차적으로 지적한다. 정 의원의 경우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 의원에게도 앞길이 그리 쉬워보이지만은 않는다. 이제와서 힘빠진 MB를 비판하는 일은 쉽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원초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 의원의 입에서는 그에 대한 고백이 나온 적은 없다. 

또한 이명박계에서 벗어난 그가 자신의 기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지난 당직인선에서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아 정 의원은 총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공간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그가 박근혜계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계의 입장에서도 2007년 후보경선에서의 맞상대였던 그가 손을 잡는다면 장차 거당적 화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 의원의 MB비판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수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는 점이다. MB를 비판하기는 쉬워도 한나라당을 그만큼 변화시키는 일은 쉬워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MB맨에서 MB 저격수로 변신한 정 의원에 대한 평가는 그가 한나라당의 변화에 얼마나 일관성있는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려있다. 평가는 그때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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