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치가 아닌 정두언 정치를 하겠다.”
지난해 6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서면서 정두언 의원이 했던 말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자신의 이름 위에 덧씌워있어 그런 선언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 그는 ‘정두언 정치’를 했고, 더 이상 그를 이명박계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아니, 이제 그는 누구보다도 이명박 대통령 비판에 앞장서는 정치인이 되었다. 정두언 의원 (사진=이경태)
"수해는 그렇다 치고 무슨 현안마다 장관 목소리는 없고 대통령 얘기만 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 하기엔 우리나라는 너무 큰 나라인데 장관을 실무자 취급하면 누가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겠냐... 보스는 좋은 인재를 써서 잘 부리는 사람이다."
"이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잘못한 것에 대해 승복하지 않아서 그 부담을 당이 다 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최근의 민심은 노무현 정부 말기와 거의 같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문제점을 한마디로 말하면 민심 무시이다.“
"7ㆍ4 전당대회 결과를 `친이계의 몰락이라고 하지만 나는 일그러진 영웅들의 퇴장이라고 하고 싶다... 그동안 그들로 인해 중세 암흑기를 방불케한 정치적 반동의 시대를 겪었다.“
근래 들어 정두언 의원이 이 대통령을 향해 가했던 비판들이다. 아마 여당 전체를 통털어 이 대통령을 이렇게 혹독하게 비판하는 정치인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이 대통령 비판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 탄생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MB맨이었기 때문이다. 정 의원과 이 대통령의 정치적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서울시장선거 때 그는 이명박 캠프에서 이명박 시장의 당선을 위해 뛰었고, 그 이후 서울시 정무부시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대선에 이르기까지 그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웠다. 그랬던 정 의원이 이제는 이 대통령과 결별하고 독설을 꺼내곤 하는 광경은 정치무상을 느끼게 한다.
그가 이 대통령과 결별하게 된 것은 지난 대선 때 국세청이 만든 ‘MB 일가 X파일’을 구하려한다는 설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소문을 들은 이 대통령이 정 의원을 질책하면서부터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멀어졌고, 정 의원이 박영준 비서관의 권력사유화를 비판한 것을 이 대통령이 권력투쟁으로 불편하게 받아들이면서 회복불능의 관계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소상한 사연들이야 알 수 없지만, 이 대통령이 “어떻게 정두언이가 그럴 수가 있느냐”고 화를 냈던 시기에 정 의원은 무릎꿇고 빌지않고 반란의 대열에 섰던 셈이다. 이미 MB의 마음을 돌리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인으로서의 소신을 위한 결단이었는지는 몰라도, 어찌되었든 대표적인 MB맨이 이제 MB 비판의 선봉에 서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경우 세상은 대개 윗사람의 부덕, 혹은 리더십 부족을 일차적으로 지적한다. 정 의원의 경우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 의원에게도 앞길이 그리 쉬워보이지만은 않는다. 이제와서 힘빠진 MB를 비판하는 일은 쉽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원초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 의원의 입에서는 그에 대한 고백이 나온 적은 없다.
또한 이명박계에서 벗어난 그가 자신의 기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지난 당직인선에서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아 정 의원은 총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공간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그가 박근혜계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계의 입장에서도 2007년 후보경선에서의 맞상대였던 그가 손을 잡는다면 장차 거당적 화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 의원의 MB비판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수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는 점이다. MB를 비판하기는 쉬워도 한나라당을 그만큼 변화시키는 일은 쉬워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MB맨에서 MB 저격수로 변신한 정 의원에 대한 평가는 그가 한나라당의 변화에 얼마나 일관성있는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려있다. 평가는 그때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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