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 터져나오는 측근비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정말 알 길이 없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측근비리에 대해 “정말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이면 가까울수록 더 엄격히 다뤄야 한다"면서도 정작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남의 일처럼 얘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측근비리라는 것이 그 사람들 개인의 문제이지 대통령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그런데 오늘(30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했다는 말은 더 의아한 것이었다. 사진= 청와대
이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우리 정권은 돈 안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짧은 말 속에서 이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가 과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가. 그리고 최근의 측근비리들이 과연 ‘조그마한 허점’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불법자금 문제가 없었기에 도적적으로 완벽하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 그러나 최근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이 대통령의 선거조직이었던 안국포럼에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신재민 전 차관에게 1억원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물론 진위여부, 그리고 그 돈이 안국포럼에까지 갔는지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이 대통령 대선조직의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는 마당에 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의 믿음대로 대선자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에게 보여준 수많은 장면들을 떠올리면 결코 도적적으로 완벽한 정권 운운하는 말은 꺼내기 어려울 것이다. 개각 때마다 반복된 강부자 혹은 고소영 내각 논란은 현정부의 도덕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낳은지 오래이다. 여기에다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는 측근비리는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을 추락시킬대로 시킨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현정부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 한 것은 국민의 생각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 말한 ‘조그마한 허점’이라는 것이 최근의 측근비리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천신일 회장으로부터 시작하여 은진수 감사위원, 김두우 홍보수석을 거쳐 신재민 전 차관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측근비리는 현정권의 실세라고 불리던 인사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그 충격은 매우 큰 것이었다. 이들의 비리는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들이었다. 결코 이 대통령이 표현하는 식의 ‘조그마한 허점’이라는 인식으로 지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대해 언급하면 할수록 국민과의 인식에 커다란 간격이 있음이 발견된다. 그동안 이어진 측근비리에 대해 이 대통령이 왜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지도 이쯤되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대통령에게는 측근비리가 그다지 커다란 문제가 아니었고, 현정권의 도덕성은 완벽한 것이었다.
측근비리의 발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성찰과 사과를 기다렸던 국민들로서는 더 이상 그런 기대를 갖는 것이 부질없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잇따른 측근비리 앞에서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 대통령의 모습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정말 그것이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들임을 몰라서 저러는 것일까. 아니면 알지만 밀리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러는 것일까. 그 어느 경우든 국민들로서는 절망적이다. 국민들을 분노시키고 있는 측근비리에 대해 정작 이 대통령은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이 대통령의 임기는 대통령과 국민 서로에게 무척 긴 시간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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