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김성주-곽성문 낙하산 인사, 문제는 ‘박피아’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 20121225, "최근에 공기업, 공기관 이런 데서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을 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면서 당시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다. 이어 2013130일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도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거듭 낙하산 인사 근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19개월이 지난 지금, 정작 박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18대 대선 직후 박근혜 당선인과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의 모습 (사진=오마이뉴스 유성호)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49%, 75명이 상급부처나 정치권 출신, 대통령 측근 등의 낙하산 인사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자니 윤 씨를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백기승 전 청와대 비서관을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에 임명한데 대한 비판이 잇따랐지만 낙하산은 하늘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기업가 출신 김성주 회장이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임명된 것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신망을 쌓아온 인사들이 그 자리를 맡아왔던 것을 감안하면 기업가 출신 인물이 임명된 것은 느닷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대한적십자사는 남북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책임지는 등 대북 인도적 교류.지원 사업도 수행하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대한 전향적 인식도 요구되는 자리이다. 단지 박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고 해서,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해서 맡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라는 얘기이다. 박 대통령이 비판했던 전문성 없는 인사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즉 코바코 사장에 대표 친박 정치인인 곽성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곽 전 의원은 전문성 면에서도 코바코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맥주병 투척 사건, 중앙정보부 프락치 의혹 등으로 여러 물의를 빚어온 인물이다. 그럼에도 오직 박 대통령으로부터의 신뢰에 따라 자리를 맡게 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요 자리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있을 때마다 사회적, 정치적 비판이 제기되지만 박 대통령은 오불관언(吾不關焉), 전혀 개의치 않고 낙하산 투척을 계속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한층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낙하산 인사는 단지 인사문제를 넘어선 국가운영 방식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비판받을 필요가 있다. 세상이 다 기억하고 있다시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 국가대개조와 관피아 척결, 적폐 척결을 내걸었다. 그러나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아 그같은 다짐들이 허언이 되고 있음을 낙하산 인사의 광경들을 보며 확인하게 된다. 적폐는 척결되지 않고 있으며 국가는 전혀 개조되고 있지 않다. 관피아도 문제이지만 이제는 박피아가 더 문제가 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적폐 척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새로운 적폐를 만들어가는 주역이 되고 있는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벌써 세월호 참사를 다 잊은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표리부동의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할 수 있는지 묻게 된다. 인사정책의 문제가 여러 각도에서 번번이 문제로 지적되어도 인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도 건재하다. 국민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는, 상식을 벗어난 국가운영의 모습이다. 낙하산 인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박피아부터 근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