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아수라장이다. 박영선 탈당설, 심지어 분당설까지 등장하면서 당내의 고질적인 계파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러다가 제3지대의 정당이 출현할지 모른다고 성급한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상황을 복기해보면 그림이 이상하게 포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돈 파동’은 어디까지나 당내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카드를 꺼내면서 박영선 위원장이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처리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게 한데 따른 결과이다. 다른 무엇보다 박 위원장에게 책임이 따르는 문제라는 얘기이다. 박 위원장 측에서는 문재인 의원도 동의해놓고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한다고 한다. 문 의원의 동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것이 박 위원장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무기가 될 수는 없다. 자기가 책임질 일 해놓고 “사실은 쟤도 그랬어요”하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 의원의 잘못된 대응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 의원이 짊어지고 가야할 책임이다.
문제는 박 위원장의 이같은 잘못이 세 번째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 잘못은 실수일 수 있지만, 같은 잘못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의원들의 퇴진 요구가 터져나오기 전에 최소한 아주 무겁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이고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흔들기’로 받아들이며 격앙되었고 탈당 생각까지 하는 모양이다.
나는 박 위원장의 생각에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안경환-이상돈 명예교수만큼 정당과 정치개혁에 대한 식견과 소신을 갖고있는 분이 없는데 그런 분들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폐쇄적이냐”는 항변이다. 이상돈 카드가 동의를 얻지 못했던 것이 어디 그가 보수적 인사여서였는가. 바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사람이 그동안 아무런 정치적 ‘ 세탁’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1야당의 얼굴 자리에 오르려하는데 대한 반감이었다. 그것은 보수를 대하는 진보의 태도와 관련된 문제도 아니요, 강경과 온건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보편적 상식의 문제일 뿐이다.
나는 박 위원장이 세 차례나 반복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깨끗이 인정하고 그 무게에 걸맞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그대신 사안의 성격을 대표에 대한 흔들기, 새정치연합의 폐쇄성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사안의 성격에 대한 왜곡이다. 더구나 박 위원장의 개인적 오판으로 촉발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어째서 분당론으로 이어지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박 위원장이 중도노선을 대표하여 그같은 결정들을 거듭했던 것도 아니요, 그에 대한 반대가 당내 중도와 진보 사이의 노선갈등의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선의 문제가 아닌 소통능력의 문제가 본질이었다.
박 위원장이 여기서 탈당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네 번째로 반복되는, 최악의 독단적 결정이 될 것이다. 제3의 신당에 대한 긍정적 비전을 가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당에 대한 반감의 차원으로 이루어지는 탈당이 개인적인 탈당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그것은 한때 우리의 기대를 모았던 정치인 박영선의 최후의 독배가 될 것이다. 아무도 건네주지 않은, 자신이 만든 독배말이다. 정치적으로 전혀 훈련되지 않은 어느 리더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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