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명박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연일 비판하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경기도지사로서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또한 그가 같은 한나라당 출신의 대통령을 들이받으며 쓴소리를 계속하는 광경도 한나라당 내부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김문수 지사가 꺼내놓고 있는 말들
도에 지나치다는 것은 그런 문제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김 지사가 수도권 규제 개혁을 요구하면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25일 열린 '제6회 전국지방자치단체장 하계세미나' 강연에서 김 지사가 꺼낸 말들을 전해보자.
"미국처럼 위생검사가 철저한 나라가 어디있냐.....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데모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부자를 대상으로 마케팅하기는 커녕 자기돈 내고 골프치고 명품사도 눈총을 준다....... 현대 정몽구 회장이 애 젖먹이는 사진을 내보내 국제망신을 시켰다."
"삼성에 신도시에 투자하라고 했더니 회장님이 재판중인데 어떻게 투자를 하라고 하냐고 할 정도로 공산당 보다 기업을 더 못살게 구는 것이 현실이다."
"고이즈미는 과감한 수도권규제개혁으로 대도시 내에 공장을 지어 성공했는데 우리는 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사회봉사명령이 국제망신이라고?
경기도지사라는 공인이 이렇게까지 말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미국 쇠고기 위생검사의 철저함 여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치자. 정몽구 회장이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것을 '국제망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감정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정몽구 회장은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받았다. 그래서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했다.
그러나 지은 죄에 비해 집행유예라는 관대한 판결, 확정판결을 받은지 2개월도 안된 상태에서 단행된 특별사면에 따라 '유전무죄'라는 여론의 비판이 대두되었다. 그런데도 그까짓 사회봉사 좀 했다고 '국제망신'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닌가.
이건희 전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공산당 보다 기업을 더 못살게 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경악을 금할 수 없게 된다. 삼성특검과 재판이 어디 삼성 못살게 하려고 만들어진 것이었나. 그것을 가지고 공산당보다 더하다니.....
마치 전경련 대변인같은 발언들
김 지사가 요즘 이명박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걸핏하면 '공산당'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해괴하다.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아직도 공산당을 들먹이나.
정작 과거에 공산당 비슷한 운동을 했던 사람은 1980년대 시절 '서노련의 노동운동가 김문수'가 아니었던가. 서노련은 당시 노동운동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노선이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그 시절 왼쪽의 극단에서 오늘날 오른쪽의 극단으로 이동한 김 지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경기도지사가 수도권 규제개혁을 요구하는 것을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왜 국민들이 동의할 수 없는 엉뚱한 얘기들을 꺼내면서 전경련 대변인이라도 된 것같은 모습을 보이는가를 묻는 것이다.
김 지사가 꺼내놓고 있는 말들의 기조는 한나라당보다도 훨씬 오른 쪽으로 가있는 것같다. 국민감정에도 어긋난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를 향한 쓴소리에 앞서 자신에 대한 쓴소리에 먼저 귀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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