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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명박과 박근혜, 품격잃은 계파대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두 사람은 우리 정치의 최고 리더들이다. 이 대통령이야 국가의 최고 지도자이고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주자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우리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다들 알고 있듯이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입장 차이 때문이다. 물론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한 정치지도자들의 견해 차이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찬반의견이 갈려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의견이 반드시 일치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아무런 반대가 없는 일방통행식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입장 사이에서 토론과 논쟁도 생겨나게 되고 때로는 갈등이 표출된다. 그러고 나면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정치의 요체이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서 전개되고 있는 갈등 양상을 지켜보면 이러한 합리적 과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와 토론보다는 막말과 감정싸움, 그리고 계파 간의 대결만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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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강도론'은 두 지도자 사이의 논쟁이 얼마나 저급하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다. 이 대통령이 말한 '강도'는 설혹 그것이 박 전 대표를 가리킨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리킨 것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거론한 '강도'는 사실상 이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되었다는 점에서 양자관계의 파탄을 불사한 발언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 사이에서 '강도'가 누구냐를 찾고 해명하는 수준 낮은 퍼즐게임을 벌이고 있는동안, 여권세력 내부의 갈등은 갈 데까지 가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한 박 전 대표도 지나쳤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참모가 나서서 '박근혜 의원'이라 부르며 '실언' 운운한 것도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물론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전 이래 이명박과 박근혜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순탄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차례 의례적인 만남을 가졌지만, 만나고 나면 다시 관계가 악화되곤 한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악연'이었다. 정치지도자들 사이의 갈등이야 당사자들의 문제이고, 이런 경우 여권세력 내부의 일이다. 그리고 야권과 그 지지자들 경우는 지금 같은 '이-박의 대결'을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파적 이해득실의 계산을 떠나 국가적 견지에서 보았을 때,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벌이고 있는 품격 낮은 이전투구는 우리 정치의 격을 떨어뜨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지도자가 감정싸움, 계파 대결을 벌이고 있는 사이, 정작 세종시 수정 논란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은 생략된 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정치적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만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가운데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를 따지는 일조차 부질없어 보인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할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이 대통령의 몫임을 강조하게 된다. 원안대로 진행되던 세종시의 수정을 들고 나온 것은 이 대통령이었고, 그렇다면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당연한 책임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소신만을 앞세우며 따라줄 것을 요구했고, 거기에 반기를 들자 그들을 정치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는 설득은 고사하고 반감만 키운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귀를 열고 의견을 들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박'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일방주의적 사고가 작용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세종시 문제를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것은 어쩌면 이 대통령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종시 문제는 결국 이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평가로 귀결되고 있다.


* 2월 16일자 <국제신문> 시론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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