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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총리? 그건 아니죠∼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총리는 누가 될 것인가. 이명박 당선자측에서 총리후보 인선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물망에 오르는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어제 YTN은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4명의 이름을 보도했다.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의원, 이경숙 인수위원장, 정운찬 전 총장이 그들이다.

박근혜 전 대표, 총리 후보 1순위?

얼마만큼 근거가 있는 보도인지는 불확실하지만,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이름이 들어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YTN은 "현재 당선자 주변에서 거론되고 있는 총리 후보 1순위는 박근혜 전 대표"라고 전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국정운영 동반자라는 상징성에다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 그리고 당내 분란까지 잠재울 수 있다는 강점이 추천이유라는 것이다.

당사자인 박 전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자신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당에서도 할 일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도 일단 뜻이 없음을 밝힌 셈이지만, '박근혜 총리' 구상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인수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화두로 실용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첫 총리는 그러한 국정철학에 걸맞는 탈이념적이고 실용적인 인물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근혜 총리 카드, '실용주의 정부'에 안맞아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는 이념지향적인 정치인이다. 이명박 당선자보다 이념적으로 오른쪽 에 있는 인물이고 정치적인 색채가 무척 강한 경우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적극적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보수연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는 시작부터 '실용주의 정부'가 아닌 '보수 정부'가 되어버리고 만다.

'보수'라는 이념이 아니라, 이명박의 경제살리기를 선택했던 많은 사람들은 당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결국 거창하게 내걸었던 실용주의라는 국정철학은 한갖 구호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총리' 체제는 과거 DJP 연합을 떠올리게 한다. 김대중-김종필 두 정치지도자의 연합을 통해 정부가 구성되었을 때, 지분나누기의 폐해가 어떠했는지도 기억에 생생하다.

최근 한나라당 공천 시기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갈등 양상을 보면 역시 그같은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한나라당의 내부문제는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해결하는 것이 옳다. '박근혜 총리' 카드로 자신들의 내부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적절하지 못하다. 총리 기용은 국가의 문제이지 정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도 총리직에 뜻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 아래로 들어갔을 경우 운신의 폭이 제한됨을 의식할 것이다.

그래서 실현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명박 당선자 측에서 그런 얘기가 나와 공연한 정치적 이야기거리를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실용주의 정부가 되겠다면, 이념과 정파적 색채가 적은 비정치인, 그대신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첫 총리로 기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근혜 카드'는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