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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성' 전원책, 종로에 출마하나

‘거성’ 하면 호통 개그의 주인공 박명수의 별명이다. 이를 본따 인터넷에서 ‘전거성’이라고 불리우던 사람이 있다. 전원책 변호사가 그이다. 그런데 전 변호사가 4월에 서울 종로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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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출연 등을 통해 ‘보수논객’으로 알려진 전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캠프에 합류하여 활동한 바 있다. 그런데 이회창  전 총재가 그에게 종로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회창, 전원책에게 종로출마 권유

이 전 총재는 전원책 변호사와 이상돈 교수를 만나 "두 분과 연세대 유석춘 교수 등 `보수논객 3인방' 중 한 명이 종로에 출마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특히 전 변호사가 적임자가 아니겠느냐 생각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전 변호사가 보수논객으로서 갖고 있는 대중적 인지도를 감안할 때, 그가 종로라는 상징적인 지역에 출마하면 ‘이회창 신당’이 승부수를 던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지역의 현역 의원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요즘 잘나가는 정치인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탄핵 역풍을 뚫고 재선에 성공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외교안보통으로 활동해왔고, 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를 맡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실세’ 정치인으로 떠오를 것이 예상되는 중량급이다.

때문에 전 변호사 입장에서는 종로 출마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즈음 같이 한나라당이 잘나가는 분위기에서는 낙선의 위험이 매우 크다. 그래서 전 변호사는 종로 출마에 대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현실정치 참여에 대해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서 일단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방송토론으로 '전거성'이 되다

그렇지만 만약 이 전 총재의 권유대로 그가 종로 출마를 결심한다면 4월의 종로선거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아질 듯하다.

전원책 변호사는 방송토론 출연을 통해 많은 팬들을 얻었다. 인터넷에는 '전원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팬 카페'까지 개설되어 있다.

그의 팬들은 말한다. 전 변호사의 직설적이고도 솔직한 말들은 듣는 사람을 후련하게 한다, 그의 말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고 직접적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로 무장되어 있다고.

그를 인터넷 스타로 만들었던 `군복무 가산점제` 토론에서 했던 말들이다.

"군대는 폭력을 가르치는 교육 집단입니다"
"낮에 힘들게 군사훈련 받고 밤에 무슨 학점을 따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자고요? 이 세상에 가고 싶은 군대는 없습니다. 먹어도 배고프고 입어도 춥고, 자도 피곤한 곳이 군대입니다"
"만약 군대가 학점 따는 곳이라 주장한다면 국방장관도 물러나야 합니다"

그러나 그의 토론은 시원한만큼 거칠다. 그는 종종 "법도 제대로 모르고 토론에 임하느냐" "쓸데 없는 말 하지 말라"는 식으로 상대를 다그친다. 상대의 말을 끊고 지나치게 언성을 높인다. 그래서 토론의 예의를 모르는 난폭한 토론자일 뿐이라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방송에 출연한 토론자로서의 전원책 변호사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엇갈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가 아니라 생각에 대한 평가가 중요

그러나 그가 국회의원 후보로 나올 경우에는 평가의 기준은 분명하다. 그가 갖고 있는 사고와 가치, 그리고 정책에 대한 판단이 그것이다.

토론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받았던 이미지를 갖고 호감이다, 비호감이다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이 무엇인가 하는 '내용'을 갖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이념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명박이 아닌 이회창을 지지했을 정도면 더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진보가 나를 꼴통보수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2003년 탄핵정국 당시 전 변호사는 칼럼 '침묵하는 다수가 있음을 두려워하라'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총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추종세력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모여든다....... ‘모든’ 시민단체들이 탄핵에 참가한 의원들을 탄핵한다. 인터넷엔 또다시 정치적 발언과 여론조작이 넘쳐난다. 촛불과 인터넷을 통한 포퓰리즘이 극치에 이른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그는 TV 토론에 나와 여성비하 발언을 서슴지않는 남성 우월주의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철학가·음악가·시인·화가 이런 사람들 중에 정말 많은 사고를 하고 깊이 사색을 하는 사람들 중에 여성이 단 한 명이라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거시적으로 볼 줄 알고 깊이 있게 사색하는 건 아무래도 남자가 앞서는 거예요. 그런데 과연 이런 식의 교육 커리큘럼에서 여성이 시험 쳐서 1등 한다, 사법시험에서 1등 한다. 과연 그 사람들이 인간학에 대해서 제대로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이냐, 저는 회의적입니다."

그래서인가. 칼럼니스트 정윤수는 그를 가리켜 시대착오적인 남성로망에 사로잡혀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토론이 아닌 선거에서는 이런 생각들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궁금하다. 그것은 유권자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가 아닌 전 변호사 자신의 몫이 하나 있다. 전 변호사는 2003년 12월 1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 '정치를 두 번 죽일 순 없다'에서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해 이렇게 썼다.

"검찰은 이회창 전 총재를 참고인으로 두어서도 안될 것이다. 그 분도 이미 말했지만 법률적이든 정치적이든 최종적인 책임은 그 분이 져야 한다. 설령 그런 일들이 부메랑이 되어 노대통령을 위협하는 일이 된다 하더라도 그래야 우리 정치가 다시 살아난다. 정치를 두 번 죽일 순 없다."

불법대선 자금 수사와 관련해서 이회창 전 총재를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랬던 전 변호사가 지금은 '이회창 신당'에 참여하여 종로출마를 권유받고 있다. 이 아이러니를 설명하는 것은 전원책 변호사의 몫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