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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의 '친기업' 코드 맞추기




'친(親)기업'은 모든 것을 용서하는가.

이명박 당선자는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지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친기업)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친기업. 그 자체에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정경유착이나 대기업들의 탈법행위 때문에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었다. 

인수위 안팎의 잇따른 '친기업' 선언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면이 아니라면 기업은 우리에게 대단히 소중한 존재이다. 기업들의 활동으로 경제가 돌아가고 일자리가 생겨나게 된다. 기업은 시장의 활력을 낳는 중요한 주체이다. 기업은 자본주의의 꽃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과거의 악습들을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친기업 정부'가 아니라 '친기업 국민'이 되어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친기업' 선언들이 거북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친기업 선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인수위는 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식과 관련해서 “포괄적인 수사로 기업에 장애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검찰에 요청했다.

인수위는 또 국세청 업무보고에서는“정기 세무조사를 대폭 감축해 기업이 위축되지 않게 하라”고 주문했다. 모두 친기업적인 검찰수사, 친기업적인 조세행정을 주문한 것이다.

국세청은 확실하게 '코드'를 맞추었다. "친기업적 세무행정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겠다”고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이미 한상률 국세청장은 지난 2일날, “이명박 당선인께서 선진화의 원년을 말씀하셨는데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에도 세무조사를 유예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과 국세청까지 '친기업'하면 어떡하나

이렇게 되면 검찰도 국세청도 친기업 마인드를 갖고 자기 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우려가 든다.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기업들의 탈세나 분식회계, 편법상속, 그리고 비자금.....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까, 대기업들도 다 회개했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없을 것이라고 누가 보증이라도 서는 것인가.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친기업'을 선언한 마당에 굳이 검찰과 국세청까지 친기업 노선으로 급선회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대통령하고 경제부처들이 중심이 되어 친기업을 하면 되지 않을까.

인수위에서는 대기업 수사에서 '품격있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품격있는 수사'라, 그것 참 말 한번 묘하다. 품격있는 수사는 도대체 어떤 수사일까.

혹여라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소리가 다시 나오게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친기업도 중요하지만 법의 형평성도 중요하다.

국세청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도 기업들의 변칙 상속·증여를 막지못했는데, 이제 국세청이 친기업을 하면 그 일은 누가 하게 되는 것일까.

대통령이 친기업을 하겠다고 해서 국가기관들이 너도 나도 다 친기업 선언을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으로 인한 문제들을 점검하고 견제하기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곳들도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코드' 소리를 지겹도록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다시 '친기업' 코드 맞추기를 보아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