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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하차, 아나테이너 문화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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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진행에서 부적절한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항의를 불러일으켰던 MBC 문지애 아나운서가 결국 5시 뉴스 진행에서 하차했다.

 MBC 아나운서국은 "방송사고가 아니었으며 일부 보도에서 과장한 일이긴 했으나,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문책성 하차인 셈이다.

이런 마당에 1년차 신참 아나운서의 실수를 가지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가혹한 일로 여겨진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개인의 실수를 넘어, 아나운서들의 최근 문화와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것이다.

여성 아나운서들은 왜 나오면 춤만 추나

역시 논란의 초점은 아나테이너 현상이다. 이번 문지애 아나운서의 실수에 대해 시청자들이 전에 없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데에는, 물론 이천 화재 참사가 보도된 뉴스였다는 점도 있지만, 문 아나운서의 잦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이 많다.

문 아나운서는 '지피지기' '도전 예의지왕'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고 최근에는 '만원의 행복'에도 출연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나테이너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연예 프로와 뉴스도 구분못하냐'는 질타를 받게 된 것이다. 평소에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웃고 떠드는 이야기만 하다보니까, 뉴스하다가도 그 버릇이 나온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아나운서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즐기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지나친 반복성 소재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이다.

아나운서들, 특히 여성 아나운서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만 하면 너나 할 것없이 춤을 춘다. 그것도 꼭 '텔미'를 춘다.

왜 여성 아나운서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텔미 춤밖에 없을까. 공부도 많이 해서 그 어려운 아나운서 합격을 차지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텔미 춤으로만 자신을 표현하고 있을까. 예능 PD 들은 아나운서들을 왜 이렇게 하나같이 규격화된 사람으로 만들고 있을까. 보다 보면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든다.

예쁜 여성 아나운서가 나와서 춤추는 모습도 처음 몇번이 흥미있지, 너도 나도 똑같은 개인기 보여주는데 식상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작 우리가 보고싶은 것은 인형같은 아나운서가 아니라, 사람냄새가 나는 아나운서이다. 아나운서들이 하나같이 춤추는 것 말고,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자기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것은 젊은 아나운서 개인들에게만 책임지울 일이 아니다. 그들이 하나같이 텔미 춤을 추게된 데에는 그러한 볼거리를 요구한 예능 PD들의 천편일률적인 주문이 있었고, 그것을 조장하고 있는 방송사가 있었던 것이다. 아나테이너 만들기 열풍의 본질은 상업주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나운서들이 자기 개성을 살리면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나테이너라는 역할에 한정될 이유도 없다. 아나운서들을 예능 프로그램에 불러내어 춤추게 하는 열성만큼, 다른 다양한 역할을 찾아보았는지, 방송사 차원에서 되돌아보아야 할 문제이다.

잇달은 방송실수, 프로의식 부재가 원인

문지애 아나운서 경우 뿐만 아니라 방송도중에 부적절한 웃음 때문에 물의를 빚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고 있다. MBC 김정근-최현정 아나운서 경우도 화면이 넘어오는 것을 모르고 웃고 이야기하다가 방송사고를 낸 적이 있다.

시정자들 입장에서는 "저 사람들은 맨날 무엇이 그리 즐거울까"하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최근 아나운서들의 잇달은 방송실수가 결국 젊은 아나운서들의 프로의식 부재의 결과라는 점이다. 자신이 하는 방송 하나 하나에 몰입하고 철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도 방송을 할만큼 해 보았다. 방송을 많이 할 때는 아나운서들이 하루종일 방송하는 것 이상으로 했다. 그래서 생방송에서의 실수나 사고가 무엇인지도 잘 안다. 방송을 조금 많이 해보았다고 해서 쉽고 가볍게 여길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고 있다.

나는 방송 중간 중간의 막간에 불필요한 잡담을 가급적 하지 않는다. 이유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실수를 막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내용에 몰입하기 위해서이다.

생방송 토크 프로그램같은 경우 중간 중간에 준비된 다른 화면을 보는 시간들이 있고 이때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진행자나 출연자들이 잡담을 흔히 하게 된다. 그러다가 화면이 넘어온 것을 모르고 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막간에 잡담을 줄이는 것은 실수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만, 내용에 몰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슬픈 내용이든 기쁜 내용이든,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그 내용을 보면서 함께 느껴야  시청자들에게 뒷얘기를 자기 목소리로 제대로 전달할 수가 있다.

준비된 화면이 나가는동안 깔깔대고 웃다가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다시 정색하고 슬픈 표정을 짓고 얘기하는 식이면, 그것은 연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천 화재참사 소식을 정말 안타까워하며 전했다면, 클로징멘트에서 웃음 대신에 애도의 말 한마디가 애드립으로 자연스럽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는 방송 하나 하나에 몰입하는 자세를 아나운서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자세를 갖추게 하는 훈련을 방송사측에 주문하게 된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텔미를 추게하는 것도, 아나운서로서의 기본을 갖추게 한 뒤에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문지애 아나운서 하차 파문이, 방송사들의 지나친 아나테이너 만들기 경쟁이 낳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문지애는 방송사들이 벌려놓은 아나테이너 만들기 경쟁의 희생양이 된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