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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병국 내정자가 내 논문을 표절했다는데

어제 있었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느닷없이 저의 이름이 등장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 내정자가 저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민주당 최종원 의원이 제기했던 것입니다. 

어제 아침, 정 내정자가 저의 논문을 표절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 그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최 의원이 배포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 내정자가 2004년 성균관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 썼던 <한국 정당의 민주화에 관한 연구-공직후보자 당내 경선을 중심으로>라는 박사학위논문이, 제가 2001년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 썼던 <한국 지역정당체제의 성립과 전개에 관한 연구- 포괄정당적 동질성이 지역정당체계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라는 박사학위논문을 표절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병국 내정자의 박사학위논문 사본

장관 후보자가 하필이면 저의 논문을 표절했다니... 이런 생각을 하며 확인에 나섰습니다. 전해들은 얘기만 갖고는 판단할 수 없었고, 제가 직접 정 내정자의 논문을 보아야 표절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 정 내정자의 학위논문 사본과 최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구해서 확인해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주당 최종원 의원의 보도자료

그 결과를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정 내정자가 인용의 출처표시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것만 갖고 표절이라고 제가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 후보자가 저의 논문에서 2~3 단락을 출처표시없이 인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논문의 앞 부분에 외국의 선행이론들을 정리하는 내용이 나옵니다만, 여기서 제가 특정 외국문헌을 요약정리했던 부분을 정 내정자가 그대로 옮겨쓴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정 내정자는 원래의 출처인 외국문헌을 인용했음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 내정자는 이런 식으로 인용을 할 때는 저의 논문에서 재인용했다고 각주에서 밝히는 것이 정확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 내정자는 그것을 누락하였고 따라서 재인용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잘못을 범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 제가 표절이라고 문제제기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을 저는 내렸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논문의 논지나 독창적인 분석과 관련된 부분이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외국문헌을 요약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외국이론을 제가 재구성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옮겨놓은 것입니다. 이것을 갖고 표절이라고 제가 주장하며 책임지라고 나선다면 과잉대응이 될 것입니다. 분명히 정 내정자가 재인용의 출처를 밝힌 잘못은 했지만, 전체 논문 가운데서는 극히 사소한 부분이고 크게 문제삼을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 저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정 내정자의 논문에 보면 선행연구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저의 논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숨겨놓고 베끼려한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사청문회에서 거명된 당사자로서 이번에 제기된 표절의혹에 대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입장을 굳이 밝힐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사청문회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미묘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이 표절의혹 제기 사실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그 확인결과에 대해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아마도 제가 당사자로서 확인을 한 이후에 뭔가 한건내놓을지 모른다고 기대하셨던 분도 계셨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한 분들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지금 내놓는 것입니다. 

당사자인 제가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하는 것이 문제를 제기한 야당이나 최 의원에게는 불리하고 정 내정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문제는 여야 사이에서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가를 따지는 식으로 판단해서는 안되며, 오직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잘못한 만큼만 물으면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 정 내정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최 의원의 논문표절 의혹 추궁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보건대 정 내정자가 무단으로 사용한 부분이 그리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기에 그 정도 입장을 듣는 것으로 이 문제는 일단락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보기에 따라서는 사소한 문제를 갖고 제가 지나치게 몰아간다면 그것도 정치적 의도가 앞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최종원 의원이 검증을 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추궁한 것은 야당 의원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저의 이러한 입장표명이 여야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하느냐는 각도에서 해석되는 일 없이, 단지 사실관계가 이렇고 당사자의 판단이 이러하다는 각도에서 여러분께 이해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합리적인 정치문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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