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내일(1일) 오전에 신년 방송좌담회를 갖습니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내일 좌담회는 설연휴를 앞두고 대통령이 국정운영 구상을 국민에게 직접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좌담회를 앞두고 언론계 안팎에서는 문제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법 한 것이, 이전까지 있었던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와는 달리 이번 경우에는 기획에서부터 연출, 패널 선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청와대가 맡아서 하고, 방송사들은 단지 중계방송만 하는 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되기보다는 대통령이 하고싶은 얘기만 하는 자리가 되지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큽니다. 급기야는 <조선일보>까지도 “보다 보니 별 희한한 국민 소통을 다 보겠다”고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2008년 9월에 필자가 출연했던 대통령과의 대화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저 역시 이러한 지적들에 생각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이 지난 2008년 9월에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첫 번째 ‘대통령과의 대화’에 전문가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기에 청와대가 주도하는 이벤트성 대화의 문제점을 소상하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난 2008년 9월에 KBS를 통해 대통령과의 대화가 준비되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적지않았습니다.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맡았던 팀장은 준비과정 내내 청와대 측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측에서는 ‘협의’라는 이름 하에 주제의 선정, 질문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히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당시 프로그램을 맡았던 팀은 그같은 간섭에 버티며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팀과 얘기가 되지 않자 청와대 측에서는 KBS 간부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제작팀은 내부적으로도 시달려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만 하더라도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고 이병순 사장이 막 들어선 때인지라 아직 KBS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낮을 때였고, 그래서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은 크게 망가지지 않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가 이번 대통령과의 대화를 자신이 직접 연출하고 나선 것은 과거와는 달리 주제나 질문의 선정, 패널의 선정까지 다 청와대의 뜻대로 하겠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관용 교수나 한수진 앵커같은 대담자가 자율적으로 질문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주제와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주어지면 그것을 뛰어넘는 질문을 하거나 반론을 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청와대가 초청한 청와대 행사에 가서 주최자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않는 일이 될 것입니다. 90분간의 생방송이 결국에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내용이 될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기왕에 ‘대통령과의 대화’ 하겠다면서 청와대가 왜 이렇게까지 쌍방향 소통을 회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라디오.인터넷연설을 정례화하고 수시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국민에게 해왔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국민이 하고 싶은 얘기를 대통령에게 기탄없이 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청와대는 언론인들이 대통령에게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는 기자회견을 갖는 것에조차 인색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싶은 말만 하지, 귀를 열고 국민의 말을 들으려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 따라다니게 되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얼마전 청와대 비서진이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신년연설에 넣자고 하자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며 소통하고 있는데 그러느냐”는 취지의 말을 하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제까지 해온 것은 자신의 말만 하는 일방향 소통이지, 국민이 원하는 쌍방향 소통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만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끝나는 일방향 소통은 진정한 대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만 해도 이 대통령의 취임 첫해부터 시작되었습니다만, 이번처럼 청와대가 모든 것을 맡아서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소통의 방식면에서는 2년반 전보다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소통의 부재’ 문제는 현정부 임기 내내 계속 지적되고 있고, 청와대도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매번 다짐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어째서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가장 꺼리는 정부로 인식되고 있는지, 청와대는 내일 좌담회를 앞두고 진지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저의 안드로이드폰용 개인 어플 <올댓 시사 3.0>이 나왔습니다.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fJwm8W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모바일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아래 왼쪽에 있는 손가락 모양을 클릭하시면 이 글에 대한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이 추천해주시면 이 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일보도 만류하는 군의 대북 심리전 (103) | 2011.03.01 |
---|---|
청와대의 ‘와막 폭탄주’ 만찬 소식을 듣고 (103) | 2011.02.21 |
가상 스튜디오에서 김영환 의원과 대담 (347) | 2011.02.18 |
누가 김경수의 김해을 출마를 가로막았나 (268) | 2011.02.17 |
민노당 이숙정은 탈당, 한나라당 박길준은 건재 (178) | 2011.02.08 |
석해균 선장의 상태, 누가 축소 보고했나 (91) | 2011.01.30 |
이광재 부인 출마하면 보궐선거 태풍의 눈 (113) | 2011.01.29 |
안상수의 사과, 대통령 앞에서 백기항복 (66) | 2011.01.25 |
정병국 내정자가 내 논문을 표절했다는데 (221) | 2011.01.18 |
오세훈 시장의 정치행보는 어디까지 갈까 (67) | 2011.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