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다 잘못된 일입니다. 심기일전해서 잘 하겠습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 23일 삼청동 안가에서 열린 당청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런 취지로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25일자 <한국일보>는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김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 대표가 죄송하다고 했고 나도 '(정동기 건은) 방법론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다 잘하겠다며 사과를 드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동기 사퇴 촉구’라는 난을 일으켰던 안상수 대표가 뭐라고 사과했는지 정확한 표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한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정동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기세등등하게 ‘마이 웨이’를 외쳤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2주일만에 이 대통령 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오마이뉴스에서 재사용)
이날 있었던 모임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한나라당의 요청을 이 대통령이 받아들여 이뤄졌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대통령에게 사과를 해서 그의 화를 풀게하기 위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먼저 나섰다는 얘기이다. 이쯤되면 완전한 백기항복이다.
당사자들로서야 당청갈등을 수습하고 당청협력을 복원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속사정이야 어떻든간에 지켜보는 사람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것이면 무엇하러 반란을 일으켰던 것일까. 대통령이 화를 내면 여당 지도부는 정치적 소신을 접고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는 것인가.
아무튼 한나라당으로서는 체면이 크게 구겨지게 되었다. 차라리 정동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난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난을 일으켰다가 대통령이 화를 내니까 머리를 숙인 셈이 되었다. 오히려 여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니고 있음을 국민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는 결과가 되고 있다.
지난 해에 이어 안상수 대표는 여전히 일이 안풀리고 있다. 하는 일마다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보온병’ 보다도, ‘자연산’보다도 더 심각해 보인다. 안상수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권여당의 위신과 앞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이, 한나라당이라는 집권여당의 모습은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외쳤던 ‘당중심의 국정운영’은 공수표가 되고 마는 것인가.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여당의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이 여당에 대해 신뢰를 갖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한나라당의 ‘2주 천하’는 지도부의 백기항복으로 이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고 청와대의 말을 잘듣는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데 되었다. 한나라당이 변하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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