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고은 작가는 굶어죽은 것이 아니라 지병 때문이었다고 한다. 고인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 가르친 적이 있었던 소설가 김영하씨가 밝힌 얘기이다.
김영하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녀의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라고 고은이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죽은 고은이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고은아, 미안하다. 살아서도 별로 도움이 못 되는 선생이었는데 가고 나서도 욕을 보이는구나. 정말 미안하다"고 추모했다.
아마도 고인이 굶어죽은 사람으로 세상에 기억되는 것은 욕된 것으로 김영하씨는 생각했던 것 같다. 알바라도 하지 굶어죽을 때까지 가만 있었느냐는 일각의 반응, 주변 사람들은 고인이 그렇게될 때까지 무엇했느냐는 얘기 등이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녀를 예술의 순교자로 만드는 것도, 알바 하나도 안 한 무책임한 예술가로 만드는 것도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 할 양극단"이라는 김영하씨의 말은 그런 점에서 공감이 된다. 고인은 자존심 때문에 굶어죽도록 꼼짝하지 않았던 사람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도 고인을 굶어죽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이다. 김영하씨가 밝힌 사인이 사실이라면 아마 세상으로부터의 그러한 불편한 시선은 사라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분명한 것은 고인의 죽음이 돈이 없어서 생겨난 비참한 결말이었다는 점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고인이 굶어죽은 것이 아니라,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앓고 있었는데도 병원에 가지 못해 죽은 것이라 해도, 그녀의 죽음이 가엽고 비참한 것은 매한가지이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정상적인 관리가 가능한 질병으로 사실 그렇게 무서운 병은 아니다. 완치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치료하면 악화되는 것은 대부분 막을 수 있다. 검사비가 몇만원정도 들기는 하지만 약값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최고은 작가가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치료하지 못하여 죽음에 이른 것이라면 정말 슬픈 얘기이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약을 먹으며 치료하면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지만, 반대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몸이 무척 힘들어지는 병이기 때문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것이 이 병의 증상인데, 먹을 것조차 없었던 고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요즘 세상에 굶어죽는 경우를 상상하기 어려웠듯이, 몇만원의 치료비가 없곤해서 병 때문에 죽는 경우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고인의 직접 사인이 무엇이었던가를 가리는 것이 어쩌면 부질없는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의 죽음이 아사였든, 병 때문이었든, 결국 돈이 없어서 생겨난 비극이었고,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결과라는 점에서는 달라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병을 알면서도 병원에 가지 못해 힘든 몸으로 지내야했던 그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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