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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노당-진보신당 통합 논의, 왜 북한 문제에 매달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의 통합 논의가 결렬 위기를 맞고 있다. 두 당 사이에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쟁점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와 관련한 방침, 그리고 북한에 대한 입장 표명 여부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입장은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운 쟁점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진보신당은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비판적 표현을 적시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는 반면, 민주노동당은 북한을 비판하지 않으면 친북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진/남소연

두 당 사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드러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두 당이 갈라서게 된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별다른 상황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이 문제에 대한 두 당이 입장 차이가 좁혀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진보세력의 활로를 찾기 위해, 나아가 야권세력에 의한 정권교체를 위해 진보대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확인된 마당에, 북한 문제로 인해 통합의 결렬 위기를 맞게 된 광경은 매우 당혹스럽다. 북한에 대한 두 당 사이의 입장 차이가 과연 통합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두 당이 지금 당장 북한 문제에 대한 합의를 보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어차피 두 당의 입장은 서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통합을 한다 해도 그에 대한 철학의 차이가 해소될 일도 아니다. 그런 마당에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적시하느냐 마느냐를 갖고 다툰다는 것 자체가 진보세력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진보라는 것이 무엇인가. 진보에는 여러 가지 가치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고 서로 다른 사상과 철학을 포용하는 자세이다. 과거 단일한 이데올로기로 사회를 유지했던 20세기식 사회주의체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늘날 진보의 가치는 당연히 이러한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북한 문제에 대한 서로의 철학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방식을 택하면 된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공통분모를 함께 추구하는 방향을 모색하면 된다. 굳이 북한 문제에서 발견되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부각시키고 이를 스스로 쟁점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굳이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의 적시 여부를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서로 간에 좁힐 수 없는 입장의 차이가 있다면 큰 일을 위해 일단은 돌아가는 것이 옳다 

두 당이 원내 의석이라도 많아서 통합 진보정당의 강령이 어떻게 표현되느냐가 중대한 정치사회적 영향을 낳는다면 모르겠다. 사실 두 당이 어떤 식으로 표현에 합의한다 해도 그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결국 두 당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문제는 실질적인 것이 아니라, 다분히 명분적인 쟁점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왜 굳이 진보세력의 통합을 꺼내들었던가.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세력의 활로를 찾자는 것 아니었던가. 그것이 큰 흐름이다. 그에 비하면 북한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표명하는가 하는 것은, 실질성 면에서 보았을 때, 훨씬 하위에 속하는 내용의 것이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그것으로 인해 두 당의 통합이 결렬되었다고 한다면 누가 그같은 장면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진보가 가져야할 유연함은 두 당 사이의 통합협상에서부터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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