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가 국민을 상대로 장난을 하고 있는 것인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이정현 홍보수석 후임에 윤두현 YTN 플러스 사장을 임명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KBS에 대한 보도통제와 관련하여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 자리에 그동안 언론사 내부에서 보도통제 논란의 주역이었던 사람을 내세운 것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
윤 수석은 어떠한 인물이었던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무렵인 2008년 2월에 YTN 사장으로 있었던 표완수 사장은 “당시 보도국장 홍상표가 특정인(윤두현)을 정치부장을 시키라는 요청이 있어서 거부한 적 있다. 이후 윤진식이 윤두현을 정치부장을 시키라고 전화를 했다. 당시 이러한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인사청탁에 대하여 강경하게 대응하였는데, 이것이 사찰을 당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이명박 정부 불법사찰 조사과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MB 정권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친구 사이로 알려진 윤 수석은 이명박 정부 들어 YTN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을 맡아 승승장구했고 2013년 3월 디지털 YTN (현 YTN 플러스) 사장이 되었다. 그가 보도부장과 보도국장을 맡은 시기, YTN 내에서 편파보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2012년 YTN 노조는 윤두현 당시 보도국장을 ‘YTN 5적(敵)’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은 바 있다. YTN 노조는 윤 국장이 이명박 정권 시절 BBK 보도 등 정권에 불리한 기사가 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 여러 사례들을 밝혔다.
노조로부터 YTN을 망가뜨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지목당한 사람이 버젓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발탁되는 풍경이 빚어진 것이다. 그것도 KBS 보도통제 논란을 빚어 물러나는 홍보수석의 후임으로 말이다.
이쯤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개편을 왜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게 될 지경이다. 당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쇄신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이고, 그래서 참사와 수습과정에서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이 우선적인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던 것이다. 이정현 전 수석은 그 책임의 앞 순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부적절하게 나간데 대한 홍보수석으로서의 책임이 있었고, 민경욱 대변인의 부적절한 발언들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전 수석은 KBS에 대해 보도통제를 했던 인물로서의 책임이 있었고 현재 그 때문에 고발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런 이정현 전 수석마저 7.30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책임지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급기야는 보도통제 논란 속에서 물러나는 홍보수석 자리에 바로 보도통제 논란의 또 다른 주인공이 등장한다. 국민과 언론을 우습게 알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는 일이다. 앞으로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윤 수석이 통제하려는 언론이 YTN에서 모든 언론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6.4 지방선거의 애매모호한 결과는 이렇듯 박근혜 정부의 오만으로 연결되고 있다. 선거에서 패하지도 않았으니 구태여 변화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며,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그냥 가겠다는 것이다. 예정된 내각개편과 청와대 개편도 단지 사람을 바꾸는 것일 뿐이지, 국정기조의 변화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읽혀진다.
물론 그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사과도 눈물도 모두 선거를 의식한 거짓이었음을, 이정현과 윤두현의 기막힌 행보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7.30 재보선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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