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결국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다. 이사회를 지켜주기 위해 경찰병력까지 투입되었다. 안건상정에 반대하는 이사들은 퇴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친(親)한나라당 성향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정 사장 해임안은 통과되었다. 국민들의 눈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으로 향하는 날을 택해 ‘정연주 축출작전’의 2단계 작업이 마무리 된 것이다.
정연주 사장 축출, 사태의 시작일 뿐
감사원의 해임요구 결정이 작전의 1단계였다면, 이제 남은 마지막 3단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해임 절차이다. 이 대통령이 베이징에 다녀온 뒤인 다음 주 초에는 정 사장에 대한 해임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게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이 있으냐는 법적 논란이 따르고 있지만, 청와대측은 대통령에게 ‘임면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정 사장 해임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이 대통령이 정 사장을 해임한다해도 그것은 KBS 사태의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그려보자.
우선 정 사장은 이 대통령의 해임결정에 불복할 것이다. 그래서 법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계속 출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청원경찰 혹은 경찰이 정 사장의 출근을 봉쇄하는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 사장이 계속 출근을 시도하면 그 때는 검찰이 나서서 강제구인같은 압박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KBS 이사회는 정 사장이 해임 이후에도 실질적인 사장으로 위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후임 사장 선출을 서두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빨리 후임 사장을 선출해야 힘이 그리로 쏠리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임 사장 선출은 더 큰 갈등 예고
그러나 KBS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초정파적이고 중립적인 성향의 ‘낙하산 사장’을 찾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KBS 이사회가 신속하게 후임 사장을 선출한다해도 그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KBS 내부에 확산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한편으로는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에 대한 법적․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후임 사장 선출과 관련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게 될 것이다.
한동안 KBS 내부는 파국 직전의 혼미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고, KBS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파국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사장 축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정권의 자존심이 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뀐 마당에 당연히 물러날 줄 알았던 KBS 사장이 안물러나고 버티고 있으니, 이런 상황이 방치된다면 정권의 영(令)이 서지않는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그런 점에서 정 사장 해임은 현정권의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KBS를 장악해야, 더 나아가 방송을 장악해야 정권이 안정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미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KBS 사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친바 있다. 방송을 장악해야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해지고, 이를 위해서는 KBS가 핵심고리라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런 이유가 있기에 이명박 정부는 감사원․ 검찰․ KBS 이사회․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를 총동원하며 범정권적 차원의 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의 안정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경찰병력까지 투입되며 무리하게 강행된 KBS 이사회의 광경 자체가 이명박 정부에게는 부담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KBS 사장 문제로 인해 앞으로 전개될 사태는 현정부에게 더욱 부담으로 자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연주 사장이 그대로 사장 자리에 있는데 따른 부담과, KBS 사태가 격한 갈등을 낳는데 따른 부담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더 큰 것일까.
여권에서는 KBS의 ‘편향보도’를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사실 KBS의 보도나 프로그램들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균형을 맞추며 조심스러운 편이다. 쇠고기협상 관련 내용에 있어서도 MBC에 비하면 KBS는 무척 조심스러운 보도를 유지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KBS를 탓했다. 마치 현정부의 불안이 정연주 사장의 존재 때문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가상의 적’이 필요했던 것일까.
이제 정연주 사장이 해임되면 이명박 정부의 안정이 찾아올 것인가. 정 사장 한 사람 물러나게 하려고 이번에 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득보다 실이 더 큰 작전을 벌였다. 정 사장 한 사람 물러나게 하려다 훨씬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정권의 안정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시위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도대체 무엇을 반성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은 정권의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불안을 스스로 부채질 하는 길임을 왜 모르는가.
![](http://static.hanrss.com/images/add_to_hanrss2.gif)
'블로그 on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과의 대화에 패널로 나갑니다 (53) | 2008.09.07 |
---|---|
김문수 지사, 전경련 대변인이라도 되었나? (31) | 2008.08.26 |
KBS 이사회는 청와대의 들러리? (18) | 2008.08.20 |
KBS 사태, 12.12 군사반란과 닮은꼴 (31) | 2008.08.11 |
국제유가 급락하는데 물가인하 안하나? (19) | 2008.08.09 |
부시 과잉경호, 국민 자존심도 생각해야 (118) | 2008.08.05 |
봉하마을 공격, '청와대 관계자'는 유령? (74) | 2008.07.19 |
황정민 아나운서를 위한 변명 (94) | 2008.06.28 |
20일은 18대 국회의원 첫 월급날 (65) | 2008.06.19 |
촛불의 성취 훼손할 정권퇴진투쟁론 (174) | 2008.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