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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이폰 버스정보 차단 철회, 블로그의 힘

어제 저의 블로그가 특종을 했습니다. 아이폰 ‘서울버스’ 앱(APP)에 대한 차단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에 대한 전화취재를 통해 그 경위를 밝혀냈습니다. 경기지역 정보에 대한 차단 조치는 경기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확인했고, 버스정보 앱에 대한 서울시와 경기도 측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서울지역의 버스정보도 시스템 변경에 따라 조만간 이용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제가 그 내용을 포스팅하고 보완까지 완료한 것이 아침 10시 조금 넘어서였는데, 이 때까지 다른 언론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블로그에 올린 글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으로 뜨겁게 나타났습니다. 저의 글이 다음과 네이버의 첫 화면에 걸리면서 어제 하루동안 8만 수천명의 독자들이 글을 읽었습니다. 제가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댓글들이 올라오며 경기도의 처사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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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홈페이지에 올라온 항의의 글들

트위터에서도 저의 글에 대한 리트윗(RT)이 수없이 이루어져 순식간에 수많은 트위터러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 목소리로 경기도의 조치를 비판했습니다.

그 파장은 곧바로 경기도청 홈페이지로 연결되었습니다. 경기도청 홈페이지에는 ‘서울버스’ 차단 조치에 항의하는 글들이 끝없이 쇄도하여 주민들의 불만이 얼마나 큰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오후 들어서면서는 이 문제가 핫이슈로 부상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연합뉴스>를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경기도의 차단 사실을 오후 4~5시께부터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의 입장이 트위터를 통해 전달되었습니다. 서울시 뉴미디어 홍보를 담당하는 최정식 팀장은 다음과 같이 전해왔습니다.

“현재 이슈가 되고있는 서울버스 아이폰 APP에 대해서 서울시교통정보센터의 공식입장이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APP를 차단할 의사가 전혀없고, 조만간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수 있도록 사업자 선정해 오픈 예정’이다.”

“방금 서울시교통본부 김창균 센터장님께 확인을 했고, 조만간 공식입장을 전해드릴사항이니, 다음 아고라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은 정정하겠습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교통정보 APP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합니다.”

제가 아침에 담당관과 통화할 때와는 상당히 분위기가 달라진 입장표명이었습니다. 시민들의 요구를 거스르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초 예상되었던 서울 버스정보 이용의 중단 사태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오후 6시께 문제의 당사자인 경기도의 입장이 전해졌습니다. 경기도 대변인실은 다음 아고라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서울버스 앱’ 서비스 차단과 관련 조금 전 17일 오후 보고를 받고,이유 불문하고 즉각 개통을 지시했습니다. 김 지사는 경기도가 나서서 제공해야 할 버스운행 정보를 제한한 것은 도민들께 크게 사죄해야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로써 경기도의 ‘서울버스’ 앱 차단조치는 하루만에 철회되었고, 서울시까지도 앱을 차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공언을 하게되었습니다. 시민들의 빗발치는 요구와 항의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어제 아침 제가 블로그를 통해 이 문제의 전말을 공개한지 반나절만에 문제가 해결된 것입니다. 정말 보기 드물 정도로 빠르게 여론이 움직였고, 그만큼 빠르게 경기도의 차단 철회가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어제 이 과정을 겪으면서 블로그와 트위터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가 문제를 제대로 발굴하고 정확한 취재의 노력을 한다면 기존 미디어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미디어가 다루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가리켜 흔히 ‘1인 미디어’라고 합니다만, 그것은 말 뿐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트위터에서의 수많은 RT는 이 사안이 순식간에 이슈로 부상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경기도가 행한 조치를 공개했다고 해서 불과 몇시간도 안되어 여론이 움직이리라고는 저도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블로그를 통해,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이미 이전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소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의 출현은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이 움직이며 이슈가 되고, 당국의 정책변경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불과 반나절만에 완료한 것입니다.

이번 일은 단지 아이폰이라는 특정 기기의 사용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넘어서는 훨씬 큰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저는 최근 아이폰을 접하면서, 이렇게 편리한 기기를 이제야 사용할 수 있다니... 쇄국정책이라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단 저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엄지로 두세번만 터치하면 GPS가 자신이 있는 정류장 위치까지 확인하여  버스가 몇분 후에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엄청난 편리성을, 공직자들의 낡은 관념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겪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그동안 우리만이 아이폰을 사용할 수 없었던 상황 이상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저녁 6시 넘어 아이폰을 통해 ‘서울버스’의 정보가 정상적으로 뜨는 것을 확인한 순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연대한 우리가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 소식을 접한 많은 트윗 친구분들이 수고했다는 격려를 보내왔습니다. 저 또한 제 글을 RT 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가서 시민으로서의 의사를 표현한 많은 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 아 참, 제 블로그에 댓글 남겨주셨던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행동들이 합해져서 ‘서울버스’ 앱 차단 철회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추운 겨울에 칼바람을 맞아가며 언제올지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려야 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