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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충환 의원의 아주 이상한 서울시장 출마

서울 강동구 갑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서울에 지역구를 가진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한 것이 무슨 얘깃거리인가 하시겠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 사연이 숨어있다. 오늘은 그 얘기를 전해 드리려 한다.

김충환 의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19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강동구 갑에는 출마할 수 없는 상태이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멸치를 선물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 의원의 부인 최모씨와 지역구 사무실 사무국장 오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 등은 지난해 1월 김 의원의 이름으로 2만9천원어치 멸치 상자를 유권자 등 105명에게 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런데 선거법은 ‘배우자가 불법 기부행위 등으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그 선거구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은채 유지하고 있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김충환 의원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다. 선관위는 “멸치를 돌린 시점이 제18대 총선이 끝난 다음이라 이번 판결이 지금의 의원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것이 상식을 뛰어넘는 첫 번째 내용이다. 현역 의원이 아무리 불법 기부행위를 하다가 걸려도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의아한 두 번째 내용이 있다. 선관위는 그래서 김 의원이 “2012년 제19대 총선에는 강동갑 지역구에 출마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강동갑 이외의 지역구에서는 출마가 가능하다”고 동시에 밝혔다. 그러니까 지역구를 바꾸면 출마가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선거법에서 출마를 금지시킨 ‘해당선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현역 의원은 불법기부행위를 하다가 걸려도 지역구를 바꾸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선관위가 내린 이러한 결론은 현행 선거법의 맹점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현행 선거법의 정신과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은 것들로 판단된다. 어찌되었든 법이 그렇게 되어있으니까, 선관위로서는 다른 유권해석이 어렵다고 치자.

그런데 더 기막힌 세 번째 내용이 있다. 강동구 갑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김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는 출마할 수 있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이다.

강동지역의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는 “최근 대법원 판결로 19대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 김충환 국회의원이 서울시장에는 출마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선관위에 냈다. 그에 대한 선관위의 답변이다.

귀문의 경우 「공직선거법」(법률 제8871호. 2008. 2. 29) 제265조에서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함)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가 해당 선거에 있어서 같은 법 제230조 내지 제234조, 제257조제1항 중 기부행위를 한 죄 또는 「정치자금법」 제45조제1항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대통령후보자,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후보자를 제외)의 당선은 무효로 하고 있는 바, 재판결과 형이 확정된 선거범죄의 “해당선거”가 “제19대 국회의원선거의 강동구갑 지역구의원선거”라면 해당선거가 아닌 다른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은 같은 법상 제한되지 아니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강동 갑 국회의원 선거에는 못나가는 김 의원이 6월의 서울시장 선거에는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재판결과 형이 확정된 선거범죄의 ‘해당선거’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의 강동구갑 지역구의원선거‘이기 때문에 다른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은 제한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선관위의 이러한 유권해석에 대해 시민연대 측은 “본건 ‘해당선거’는 강동구 갑 국회의원 선거 뿐만 아니라 강동구 갑 지역이 포함되는 서울시장 선거도 포함함을 의미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강동구 갑의 주민들은 서울시민이 아닌가. 서울시장 선거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불법 기부행위로 처벌을 받았는데도 서울시장 선거를 ‘해당선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마가 무방하다는 해석은 상식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거법 해당 조항의 정신을 완전히 무시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이면 현역 의원의 불법기부행위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걸려서 처벌을 받아도 지역구를 옮기거나 김충환 의원처럼 더 큰 선거에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선거법의 정신을 훼손시키며 이런 식으로 편법출마를 통해 살 길을 찾는 김 의원의 모습도 개탄스럽지만, 선관위의 결론들도 시민들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한나라당의 태도이다. 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은 “6·2 지방선거에서 철새 정치인과 비리 전력자, 지방재정 파탄자에 대해서는 공천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스마트공천’이다. 그러나 배우자의 불법 기부행위로 지역구 출마가 금지된 김 의원의 공천신청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안에서 아무런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법의 해석 이전에 국민의 상식에 맞추어 판단하는 것이 정당의 도리인데 말이다.

김충환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소식은 이렇게 우리 정치를 다시 한번 희화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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