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말이 없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무죄선고가 내려졌어도, 그럼에도 그를 향한 별건수사가 계속되어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
관심이 없을 수는 없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선고와 별건수사가 당장 6.2 지방선거에 중대 변수로 부상한 마당에 이 대통령이 관심을 안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과 관련이 없는 문제가 아니다. 표면적으로야 법무장관이 검찰을 지휘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같은 정치적 수사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있다. 1997년 대선 전에 이른바 ‘DJ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를 김영삼 대통령이 중단시켰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며,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듯이.
그러나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의 뜻과 무관하다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한 전 총리에 대한 표적수사와 재판, 그리고 별건수사로 인해 이미 선거정국에는 지난 정권과 현정권 사이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한 대결구도를 뻔히 보면서, 현정권의 대표선수인 대통령이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선고 앞에서, 그같이 무리한 수사를 방치한데 대해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어야 했다. 또한 검찰이 막무가내식으로 시도하고 있는 별건수사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어야 마땅했다.
이런 마당에 이 대통령이 검찰의 별건수사까지 모른척 하고 방치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다. 검찰은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비판하는 별건수사를 계속하겠다고 고집하고 있고, 법무장관도 그에 동조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검찰을 말리고 별건수사를 중단시키든, 아니면 잘한다고 격려를 보내든 이제는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할 때이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중에 가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한다면 그것은 비겁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검찰은 정권의 뜻을 받들며 온갖 욕을 먹어가며 불철주야 뛰고 있다. 그런데 그런 검찰이 하는 일을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처럼 대한다면, 누구보다도 검찰이 먼저 섭섭해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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