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자연산'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오늘(26일) 대국민사과를 했다.
안 대표는 자연산 발언 파문에 대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이며, 반성의 시간을 통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여당 대표로서 저의 적절치 않은 발언과 실수로 인해 큰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는 "저는 지난 며칠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앞으로 여당 대표로서 모든 일에 더욱더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다. 또 "당을 화합시켜 집권 여당으로서 막중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앞장서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사과는 하되 사퇴는 하지 않고 계속 여당 대표로서 일하겠다는 것이었다. 앞으로에 대한 다짐을 듣노라면 대표직 수행에 대한 강한 의지마저 읽혀진다.
사실 자연산 발언이 여성들에게 안겨준 모욕감을 감안하면 안 대표는 마땅히 사퇴감이었다. 더구나 안 대표는 이번 일 뿐 아니라 ‘보온병’ 발언으로 사회적 웃음거리가 되었다. 최근 국회를 방문한 초등학생들이 안 대표를 보고는 "어, 보온병 아저씨다"라며 따라다녔다는 얘기는 우리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한편의 코미디이다. 그런가 하면 안 대표는 명진 스님을 향한 ‘좌파 주지’ 발언으로 종교인에게까지 색깔론을 들이댄 구태 정치인이다.
이런 모든 일들이 연결되어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과연 안상수 대표를 얼굴로 다음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잇달은 부적절한 처신에 여당 대표로서 그의 리더십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그는 사퇴를 거부하고 사과 하나로 사태를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안상수 대표의 사과는 결코 자연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의 사과가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것인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가 물의를 빚곤 했던 자연산 발언이나 좌파 주지 발언은 결코 실수가 아니다. 그러한 말들은 머리 속에 그러한 가치관이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다. 그 잘못된 사고가 바뀌지 않는한 말 몇마디의 사과는 백번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의 사과를 진심이 담긴 순수한 자연산 사과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안 대표의 사과는 자신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그의 유임은 대안부재의 상황을 감안한 청와대의 결정이라는 해석이 파다하다. 안 대표의 주변에서조차 "지난 주말 청와대를 비롯해 각계각층으로부터 상의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당 대표로 다른 마땅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청와대가 그래도 예산안 날치기 같은데서는 공을 세우는 충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안 대표의 사과를 통한 사퇴거부는 ‘자연산’이 아닌 청와대의 ‘양식’인 셈이다. 그러나 안 대표를 유임시킨채 단지 사과로 봉합한다고 붕괴된 여당 대표의 대국민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민심을 외면하고 그런 식으로 봉합만 하다가는 큰 정치적 재앙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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