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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전 대표여, 황우여가 무슨 죄인가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이명박 시대가 끝나고 박근혜 시대가 시작된 모습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박근혜 전 대표를 비공개로 만났고 그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너무 거북해 보였다.

우선 만남의 장소이다. 황 원내대표는 현재 한나라당의 대표권한대행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박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삼성동에 있는 한 호텔까지 갔다. 삼성동은 박 전 대표의 자택이 있는 곳이다. 국회도 아니고 당사도 아니었다. 박 전 대표가 황 원내대표를 집 근처로 불렀다는 말이 나오게 되어있는 광경이다. 

사진= 권우성/남소연

추적하는 기자들의 차를 따돌리면서까지 회동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던데 대한 기자들의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박 전 대표 차량을 뛰쫒다가 중간에 일부러 끼어든 차량의 방해 때문에 놓친 기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결정적인 것은 회동 결과에 대한 브리핑 방식이었다. 강남까지 가서 박 전 대표를 만나고 국회로 돌아온 황 원내대표는 회동결과를 언론에 공개했다. "정당 정치의 개혁에 있어서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박 전 대표의 말을 수첩에 메모까지 해와서 브리핑을 했다. 당의 대표권한대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영락없는 박 전 대표 대변인의 모습이었다. 황 원내대표는 수첩을 보며 당권-대권 분리,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선거인단 확대 등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의견을 충실하게 전했다. 여당의 대표가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돌아와도 자신이 메모를 뒤져가며 직접 브리핑을 하지는 않는다. 

박 전 대표의 탓이었는지, 황 원내대표의 탓이었는지, 아니면 두 사람 모두의 불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 날의 회동은 당 안팎의 구설수에 오르게 되었다 

친박 측에서는 사소한 문제 갖고 너무 문제삼는 것 아니냐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날의 광경이 결코 사소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를 박 전 대표 측은 읽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박 전 대표가 드러내고 있는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마디로 박 전 대표는 국민 앞에서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현안들에 대해 침묵하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은 4.27 재보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대두되었어도 요지부동이다. 과학벨트같은 국정현안이든, 당쇄신같은 당내 문제이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당내 문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굳이 황 원내대표를 불러서 전했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니 수렴청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왜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않는가. 그 때마다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국민에게 말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책임이다. 그렇게 볼 때 대선주자 가운데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침묵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박 전 대표는 국정은 이명박 대통령, 당은 지도부가 책임질 일이어서 자신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박 대표의 침묵은 현재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안전위주의 행보에 따른 선택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상황에서 굳이 자신이 전면에 나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판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의 결과로 해석된다. 대선판세의 변동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이 앞에 나서 검증받고 책임지는 시점을 가능한한 늦추겠다는 전략적 포석이 거기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전략적 행보를 하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정도 되는 정치지도자라 한다면 그에 맞는 책임 또한 요구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여권이 표류하고 있어도, 한나라당 정권의 국정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어도, 나는 잘나가니까 지켜만 보고 있으면 된다는 식의 모습은 무책임해 보인다. 

언제까지 기득권 지키기 전략만 고수하고 있을 셈인가. 공연히 애궂게 황우여 원내대표같은 사람만 바보로 만들고 있을 때가 아니다. 솔직히 황 원내대표가 무슨 죄인가. 이제는 박 전 대표도 직접 앞에 나서 국민 앞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보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을 일이다. 그것이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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