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국정원 국정조사 가로막는 새누리당의 오만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분기점을 맞고 있다. 새누리당의 거듭된 물타기식 요구에 계속 양보하던 민주당이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중대결심을 천명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내일(1) 서울광장에서 장외 의원총회를 열기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 새누리당이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에 대한 증인 채택 요구를 하면서 민주당이 불응할 경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증인 채택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경우는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요구는 어떻게든 국정조사가 핵심에서 벗어나도록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돌아보면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물타기는 그동안 계속되었다.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을 고발한 당사자가 새누리당임에도 두 의원이 검찰에 고발된 인물이라는 이유로 특위에서 제척을 요구했고, 버티다못한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원하는대로 해주었다. 그리고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하자는 새누리당의 요구도 국정조사 무산을 막으려는 민주당이 결국 수용했다. 심지어 여름 휴가철이니 쉬었다 하자는 새누리당의 요구까지도 민주당이 받아들여 국정원 기관보고는 85일에야 열리게 되었다. 국정조사 기간 내내 새누리당은 적극적인 조사를 가로막는 요구들을 계속 꺼냈고 민주당은 차마 국정조사를 무산시킬 수 없어 그같은 요구에 끌려가고 말았다. 야당의 무기력을 탓하기에 앞서 새누리당의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비판하게 된다 

그동안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 새누리당이 보여준 태도는 국민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한 모습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의 실상이 드러나고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합의했었다. 물론 새누리당이 자칫 지난 대선 결과의 정당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내심 원하지 않았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수세에 몰려 국정조사에 합의해주었던 새누리당은 정국의 기류가 변화하자 이제 태도를 바꾸어 국정조사를 사실상 방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국주도권을 확보했으니 국정조사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알바 아니라는 식이다. 국정조사에 합의해주었을 때만 해도 어려가지로 여권이 수세에 처한 상황이었지만, NLL 대화록 정국을 거치면서 정국주도권을 되찾은만큼 이제는 버티어도 된다는 판단을 새누리당은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것이고, 그러다가 그렇게 국정조사가 무산되어 버려도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분위기로 읽혀진다 

한마디로 오만한 자세이며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이 적어도 한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집권여당이라면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는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서 만큼은 그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의 소재를 가리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마땅하다. 이는 여야 혹은 보수-진보의 문제도 아니요, 민주주의를 지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에 가능하면 국정원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털고가는 것이 훨씬 나은 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야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새누리당 인사들과의 연루 부분이 곤혹스러운 부분일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의 국정원이 행한 일이기에 박근혜 정부로서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국정원 개혁으로 매듭짓는 선긋기식 출구를 모색할만한 일이다. 이번에 못털면 5년을 계속 가는 문제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기간 내내 국정원의 방패가 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그같은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이라는 사안에 대한 집권세력의 태도가 그럴진대, 다음 대선에서 국정원이나 경찰이 또 다시 그같은 행위를 하지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지금 당장 불길이 되어 번지지는 않는다 해도 이런 일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쌓여가면 그것이 곧 민심이 이반되는 길이 된다. 지금 당장 박 대통령 지지율이 60%는 유지되고 있다는 자신감 속에서 여권세력이 이같이 오만한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인들 언제까지나 그같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는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경험하고 확인한 법칙과도 같은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이 던지고 있는 국정조사 방해 공세는 장차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제라도 새누리당은 국정원 조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협력해야 한다. 지금 새누리당이 하고 있는 국정조사 방해는 결국은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