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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제는 대통령이 무릎꿇어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실종 학생의 한 어머니가 체육관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대통령에게 애원을 했다. 아이를 빨리 구조해달라고. 그 때 강단 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던 대통령은 내려오지 않은채 그 어머니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왜 그 때 대통령은 강단에서 내려와 그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거나 아니면 함께 무릎꿇지 않고, 그렇게 내려다만 보고 있었을까 <!--[endif]-->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온 뒤 민경욱 대변인은 말했다. 경호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하니까 경호실에서 방문을 재고해달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가기로 한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더 이상 얘기를 하지 마십시오라고 잘라말했다고. 대변인의 말은 이어졌다. “ 운송수단을 11번 갈아탔다. 구내식당에서 밥먹고 오는 비행기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대통령도 똑같다. 식사도 마찬가지고, 13시간 11번 교통수단을 바꿔타면서 다녀왔다 <!--[endif]--> 

그래서 어쩌라고. 대통령이 어렵게 결심하고 어렵게 다녀왔으니 그걸 알아달라는 것인가. 실종자 가족 뿐 아니라 국민들도 입에 음식이 들어가지 않고 있던 그 시간에,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이 구내식당에서 밥먹고 비행기에서 샌드위치 먹은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13시간 걸려 다녀온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며칠 뒤 그 대변인의 입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까지 나와버리고 말았다. 늘 그런 식이었다 <!--[endif]--> 

이렇게 온 국민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도 청와대는 그 고통의 현장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만나기에는 청와대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가족들이 더 이상 얘기할 사람이 없다며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로 가겠다고 나섰을 때, 그들에게 온 것은 대통령의 전화 한통이 아니라 경찰병력의 저지선이었고, ‘불법이라는 통보였다. 대통령을 대신했어야 할 국무총리는 승용차 안에서 버티고 앉아 가족들과 대치하며 무척 피곤해하는 표졍만을 드러냈다 <!--[endif]--> 

대통령은 진작부터 선긋기에 나섰다. 무능력한 정부에 대한 원성이 확산되자 박 대통령은 아랫사람들의 미흡한 대처를 질책하며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했다. 모든 책임은 이미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에게로 떠넘겨졌고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자신은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었다 <!--[endif]--> 

급기야 청와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사고 직후 박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있으며, 국가안보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던 말과는 딴판이 되어버렸다. 법적인 책임을 따지기 이전에, 수백명의 어린 생명이 수장되어버린 상황 앞에서 청와대가 할 소리는 아니었다. 다른 부처들이 그러하듯이 청와대 또한 선긋기와 책임 떠넘기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세월호 선장이 그러했듯이 대한민국의 청와대도 책임으로부터 가장 먼저, 혼자서 탈출하려 했다. 비겁하다 <!--[endif]--> 

승객들을 버리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도망가버린 선장과 선원들의 행위야 하늘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 무능한 정부의 책임이 조금이라도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수없이 많았던 다른 실수들은 눈감아 준다 해도, 초동대처만 제대로 적극적으로 했다면 이렇게 많은 어린 생명이 돌아오지 못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사고와 구조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의문들에 대해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공개하라. 맑은 아침 시간에 연근해에서 발생한 사고인데 어떻게 두시간 동안 손도 못쓰다가 아이들을 그대로 가라앉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국민 앞에서 가려야 한다 <!--[endif]--> 

이제 대통령이 서 있을 곳은 강단 위가 아니다. 마이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넘겨주고 바닥으로 내려와 가족들과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그렇게 질책했던 지금의 이 정부를 세상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라 부르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호의 선장마저도 혼자서 탈출하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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