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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 대통령 지지율 급락, 김제동 하차때문?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디어오늘>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의뢰해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4일 전국 19세 이상 투표유권자 1082명을 대상으로 ARS를 통해 조사한 결과인데,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3.0%, 잘못한다는 52.9%, 잘 모르겠다는 14.1%로 나타났다.

같은 여론조사기관인 KSOI가 지난 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44.6%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 사이에 11.6% 포인트나 폭락한 결과이다. 이 정도면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의 급변이다.

그러나 조사기법상의 문제점이 발견되는 것은 없고,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오차 ±3.0%이니, 지지율 폭락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지난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의 폭락을 가져온 것일까. 우선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세종시 계획 축소 방침에 대한 역풍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불고 있는 것이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세종시 논란이 아직은 일반인들의 전국적인 관심사로까지 부상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이 것만으로는 지지율 폭락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세종시 문제 이외에 민심에 영향을 끼쳤을 사안으로는 김제동의 하차 사건이 있었다.

설마 한 예능인의 프로그램 하차가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끼쳤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은 것이, KBS가 김제동을 퇴출시킨 일은 국민의 관심을 가장 크게 모으기도 했고 현정권에 대한 정서적 반감을 촉발시키는 민감한 사안일 수 있었다.

실제로 같은 KSOI가 지난 12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제동 하차에 대해 ‘사실상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49.9%를 차지해, ‘방송사의 고유 편성권에 따른 것으로 별 문제 없다’는 응답 23.6% 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가 MBC에서는 손석희 교수의 <100분 토론> 하차 얘기가 나왔으니, 이에 대한 민심의 역풍이 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이 표방해온 중도실용 기조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일로 받아들여졌을 법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의 사회를 보았다는 이유로 KBS가 김제동을 하차시킨 것은 KBS를 넘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을 낳는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다른 여론조사의 결과들을 더 지켜보고, 10.28 재보선결과도 봐야겠지만, 이번 조사 자체에 대한 분석은 이렇게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그렇게 보면 KBS 이병순 사장은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하락시킨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자신으로서는 사장 연임을 노리고 충성을 하기 위해 일을 벌였지만,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공연히 쓸데없는 짓을 해서 일을 크게 만든 꼴이 되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감이 없는 이병순 사장의 연임은 어려워질 듯 하다.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확인해야 할 점.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결코 고정불변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잘 나가더라도 민심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면 곧 바로 역풍이 불게 되어 있다는 사실, 이 대통령과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함께 잊지 말아야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