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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KBS 이병순 사장은 한나라당 패배의 공신?

10.28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상승했다고 고무되어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불의의 일격을 맞은 셈이다. 어째서 야당이 내건 견제론에 유권자들이 호응하고 나선 것일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패배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함께 여러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우선 세종시 수정 논란이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이 나오는 얘기가 김제동씨의 퇴출을 둘러싼 논란이다.

술자리에서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나온 얘기이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렇게 발언했다.

“... 정치의 기본은 겸손이다. 너무 오만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나 노동법 문제가 제기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김제동씨, 손석희씨 문제도 젊은 층에게 악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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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 아니다. <조선일보>는 29일, “재보선 최대의 악재는 세종시보다는 ‘김제동 사퇴’였다는 뼈있는 농담이 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방송인 김제동씨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설명 없이 기존 방송 프로그램에서 도중하차한 일도 상당수 국민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한나라당의 패인은 국정기조의 문제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진단되어야 하겠지만, 김제동씨 퇴출 논란이 선거전에서 커다란 악재로 작용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초박빙 지역이었던 수원 장안의 경우 김제동씨 퇴출을 보고 정권의 오만함에 성난 대학생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향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결국 김제동씨 퇴출이 이명박 대통령이 표방해온 중도실용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오히려 정권의 일방주의적 오만함을 부각시켰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김제동씨를 퇴출시킨 KBS 이병순 사장은 한나라당에게 패배를 안겨준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김제동을 짜른 것은 이병순 사장이었지만, 욕을 먹고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한나라당이 되어버렸다.

지금 한나라당은 평지풍파를 일으켜 여당의 선거를 어렵게 만든 이병순 사장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이병순 사장은 김제동씨의 발등을 찍은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