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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와대 참모진 ‘함구령’이 유감인 이유

청와대가 최근 모든 참모들에게 현안과 관련한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라는 사실상의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오늘 보도했다. 국정의 최종 조율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가 일선에 나서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은 데다, 정제되지 않은 입장이 나갈 경우 자칫 예기치 않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최근 현안들에 대한 청와대 참모진의 언급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세종시 수정 문제, 남북정상회담 사전 접촉 여부, 효성에 대한 수사 여부 등이 그것이었다. 하나같이 민감한 사안들이라 보도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고, 효성 관련 발언의 경우 이동관 홍보수석이 출처가 자신은 아니었음을 내비치는 일까지 있기도 했다.

아무래도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아닌 사견들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될 경우 불필요한 혼란이 생긴다는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면 앞으로는 현안들에 대한 설명은 누가 하게 되는 것인가. 앞으로 청와대의 입장은 이동관 홍보수석이나 박선규, 김은혜 공동대변인 등 홍보라인으로 창구를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하고 있다.

Ⓒ 청와대 홈페이지

앞으로는 홍보라인에서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말인데, 청와대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방식이 될지 모르지만, 여러 문제가 우려된다.

우선 요즘같은 시대에 참모진에 대한 함구령을 내리는 것 자체가 귄위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청와대의 참모진은 자신이 관장하고 있는 국정분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위치에 있다. 대통령이 이런 저런 문제들을 다 말할 수 없는 이상,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자신의 견해를 말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정제되지 않은 참모의 견해가 혼란을 낳는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을 못하게 입을 막아버리면 국민과의 소통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리고 현안들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 설명을 홍보라인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 청와대 홍보라인은 그 자신이 다른 라인의 정책이나 판단을 만들어내는 곳은 아니다. 그런 홍보라인이 다른 라인에서 할 설명을 대신하는 상황이 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홍보라인의 의견이 청와대를 주도하는 왜곡된 상황이 있을 수 있고, 현안을 책임지고 있는 라인의 입지가 비정상적으로 좁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언론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좀더 상세하고 책임있는 견해를 듣기가 어려워진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공식 브리핑이 아닌 비공식적인 언론접촉을 차단하려 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의 경우도 청와대 홍보라인의 브리핑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한 취재를 사실상 봉쇄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발상과 다를 바 없다.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청와대 참모진의 입을 아예 닫게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부작용이 있다면 더 정확하고 정제된 내용이 국민에게 전해지도록 노력할 일이지, 입을 막아버리는 식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함구령이 무서워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현안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는 청와대 당국자, 생각만 해도 얼마나 책임없는 모습이 되겠는가. 국민이 묻는 바에 대해 언제나 답을 해줄 수 있는 청와대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함구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