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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 대통령의 세종시 문제 선문답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인가. 여야가 그리고 여당 내부가 세종시 계획 수정 문제로 온통 떠들썩하지만 이 대통령의 생각을 듣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국회에서 있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남북관계, 정치제도개혁 같은 현안들에 대해서는 언급하면서도 세종시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연설 말미에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가겠다”는 말만 했다. 아마도 세종시 수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비슷한 모습은 역시 오늘 있었던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세종시는 충청도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국가발전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당도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 이 사안을 검토하기 위해 빠른 시일내에 당에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세종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빠진,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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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세종시 수정 문제가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대통령은 왜 자신의 의견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논란에 따른 부담을 이 대통령이 져야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의 추이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때까지는 앞에 나서지 않고 정운찬 총리에게 맡겨두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당하지 못한 모습이다. 정부가 세종시 계획 수정을 추진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의사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정치적 부담이 따라도 수정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에 따라 세종시 수정이 추진되는 것인데, 정작 대통령은 뒤로 빠지고 총리만 앞에 나서고 있다. 물론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역할 분담 차원에서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문제가 대통령이 빠진 상태에서 논의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세종시 논란의 현상황을 볼 때, 이 대통령이 꺼내고 있는 말들은 선문답과도 같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그같은 선문답으로 우회해도 좋을만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여유가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세종시에 대한 원안 고수와 수정 가운데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으냐에 대한 의견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접근하는 정부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굳힌 상태가 분명함에도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여론을 탐색하며 저울질만 하고 있다. 정말 대통령과 정부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소신이 있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에게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도이다. 그리고 충청 주민과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이제는 선문답을 그만 두고 본론을 갖고 얘기할 때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