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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시민의 신당 입당, 야권연대는 가능할까

유시민 전 장관(이하 유시민)이 오늘 국민참여당에 입당했다. 평당원 자격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참여당 인사 가운데 정치적 비중이 가장 큰 인물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선 후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의 입당은 국민참여당의 창당작업에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은 입당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정당에는 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그런 꿈을 가진 조직 정당이 풍길 수밖에 없는 '이상의 향기'가 안 느껴진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기 자신의 신념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맞는 말이다. 민주당에는 꿈이 안보인다. ‘이상의 향기’는 고사하고 종종 ‘현실의 악취’가 풍기기도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진보의 대의명분에 상관없이, 자기의 이념과 노선에만 매몰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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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장관의 입당 장면 ⓒ 유성호

그래서 기존의 야당들은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고 유시민은 말하는 것이다. 새로이 국민참여당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수를 치며 성원해줄 일이다. 기존의 야당들이 대안이 아니라는데 공감한다면 유시민의 선택이 잘한 것이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우려부터 들기 때문이다. 기존의 야당들에 대한 유시민의 비판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그의 선택에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고 명백하다.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중차대한 정국상황에서 야권의 분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먼저 상황을 돌아보자. 야권은 지난 10.28 재보선에서 야권연대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선거가 끝난 뒤 이를 반성하는 모습은 어느 정당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야당이 거둔 3승의 기쁨보다, 양산에서 후보단일화를 못해 패한 것의 아픔이 더 커야함에도, 야당들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반성하지 않았다. 최근 있었던 야4당 대표 초청 토론회는 그들이 야권연대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고 불성실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자리였다.

이런 마당에 유시민은 국민참여당에 참여했고, 야권의 분화는 가속화되게 되었다. 야당들 모두 지방선거에서의 연대를 말하지만 어찌될지 가봐야 아는 일이다. 야권연대가 어렵게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은 무척 험난한 상처투성이의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일차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유시민이나 국민참여당의 장래가 아니다. 그들의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보다 훨씬 급한 정치적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해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를 향한 민심을 제대로 모아낼 수 있을지, 그리고 201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정부가 다시 집권할 것인지, 그것이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관심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표’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아무리 확산된다 해도 두 차례의 선거에서 표로 모아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중인 야권의 분화는 그러한 ‘표’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해가 될 것인가. 결국은 그 문제이다.

이러한 얘기를 표에만 매몰된 논리라고 비난하지는 말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진보신당, 그리고 국민참여당 사이에서의 정체성을 다투는 일보다, 그것이 우선하는 일임을 어떻게 하겠는가. 적어도 정권교체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 때까지는 각자의 이념과 정체성보다는 ‘표’를 합하는 것이 결국에는 관건이 되는 일이다.

유시민은 입당선언문에서 "2012년 한나라당 정권을 마감시켜야 한다, 2010년에는 먼저 지방권력을, 그리고 그 다음에 의회권력과 청와대 권력을 차례차례 국민의 품으로 찾아와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5개의 야당이 어떻게 그것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 것인지, 그들이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

어차피 야권이 (자유선진당은 논외로 하고) 5개의 야당으로 분화되는 마당에, 이런 구도를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야당을 만드는데 나선 유시민에게 박수를 보낼 수도 없지만, 반대로 그를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주도할 자기혁신과 기득권 포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어려운 것은 야권의 분화 혹은 분열을 바라보아야 하는 우리의 처지이다. 도리가 있겠는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도, 어느 한쪽을 비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다 자신들대로의 진정성이 있되, 자기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결과일 뿐이다. 결국 우리가 이들 야당을 감시하며 이들이 앞으로의 중대한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성사시키도록 채찍질하는 것, 그것이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자기의 밥그릇을 위해서 야권연대의 대의를 망각하는 정파나 정치인에 대해서는, 그것이 누구이든 단호한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유시민은 ‘꿈’을 말했다. 그 꿈이 ‘유시민의 꿈’도 아니요 ‘국민참여당의 꿈’도 아닌,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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