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박근혜에 대한 보수진영의 정치적 협박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보수진영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이래, 여론은 그의 입장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반면, 보수진영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보수 논객들 사이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성토 분위기가 높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지냈던 류근일 교수는 <뉴데일리>에 실은 ‘야당으로 가시지요’라는 칼럼에서 “박근혜씨,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야당으로 가세요. 그게 정히 싫으시면 세종시 발언이 잘못되었음을 아시기 바랍니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럴거면 아예 한나라당을 떠나라는 통첩이었다.

그런데 오늘(9일) <중앙일보>에 실린 김진 논설위원의 칼럼 ‘박근혜와 에베레스트’도 류 교수의 통첩을 능가하는 내용이었다.

김 논설위원은 “박근혜와 보수의 35년 애정이 지금 위기에 들어섰다. 세종시를 놓고 보수의 중심세력이 박근혜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세종시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불변의 진리란 없다”면서 “박근혜가 넘어선 안 될 선은 귀를 막고 출구를 닫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에게 일종의 통첩을 보낸다.

“차기 레이스를 보면 박근혜는 한국 정치의 에베레스트다. 에베레스트가 세계 최고봉인 것은 히말라야라는 산맥 위에 얹혀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를 떠나면 에베레스트도 그저 수많은 봉우리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박근혜에게 히말라야는 어디까지나 보수와 건전한 중도 그리고 범여권이다. 진보에도 지지자가 적지 않지만 박근혜의 주력부대는 범보수라는 산맥이다. 박근혜는 마음을 열고 산맥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약속’을 강조한 탓에 이 대통령이 더 부담을 느껴 더 좋은 세종시 대안에 주력한다면 박근혜의 약속 정치는 그것만으로도 역사적 의미를 새길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출구를 막아 분열의 파국이 되면 그 의미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에베레스트와 히말라야 사이엔 지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박 전 대표가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지, 그렇지 않으면 서로간에 분열의 파국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 가면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와 보수진영 간에 파열음이 있을 것임을 경고하는 의미로 들린다.

이쯤되면 차기 대선을 볼모로 박 전 대표를 향해 정치적 협박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바꾸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결별도 할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류근일 교수가 박 전 대표에게 한나라당 탈당을 요구했다면, 김진 논설위원은 박 전 대표와 보수진영간의 파국을 경고했으니, 한발 더 나간 셈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향한 보수진영의 이같은 통첩과 위협을 보면 과연 적절한 발언들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세종시 문제같은 국가적 정책현안을 놓고 이념적 차원에서 박 전 대표의 입장을 규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고질적인 이념 지상주의의 발로가 아니겠는가. 어째서 보수진영의 정치인은 무조건 세종시 수정에 찬성해야 하는 것이고, 그에 반대하면 야당으로 가야하는 것인지, 보수진영과 결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좌우 이념을 잣대로 편가르기를 하여 ‘우리 편’과 ‘너희 편’만 따지는 발상이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 혹은 보수진영 내부의 논쟁에 깊이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논쟁은 실사구시적으로 이루어져야지, 이런 식의 편가르기 논쟁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몇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