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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KBS 노조에게 이병순과 김인규는 다른가

KBS 노조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그동안 KBS 내부 갈등의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빼곤 했던 KBS 노조로부터 다시 수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KBS 노조는 지난 12일 <MB 낙하산 김인규 오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성명을 냈다. KBS 노조는 이 성명을 통해 “우리는 김 씨가 끝내 정권의 낙하산으로 입성해 KBS의 정치독립성을 짓밟는다면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위해 숭고한 피를 흘린 선배들의 뜻을 받들어, 방송독립을 염원하는 국민과 함께, 5천 조합원의 고귀한 투쟁의지를 모아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은 물론 정권 퇴진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를 지낸 인사가 KBS 사장이 될 경우 총파업 투쟁을 벌이겠다는 KBS 노조의 입장은 일단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논란이 되는 것은 총파업 투쟁의 대상으로 김인규 회장은 적시되었지만, 이병순 사장이라든가 강동순 전 감사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병순 사장
김인규 회장

KBS 노조는 이미 지난 11일자 성명 <김인규 이병순 강동순은 공영방송 KBS사장 ‘절대불가’ 즉각 공모 철회하라>를 통해 이들 3인을 ‘절대불가’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12일 성명에서는 김인규 회장의 이름만 나온다.

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KBS 노조 측은 명확한 설명을 하지않고 있는 가운데, 김인규 회장과 이병순 사장에 대한 대응수위에 있어서 차이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유력하다. 즉, 김인규 회장에 대해서는 총파업 투쟁을 벌이겠지만, 이병순 사장에 대해서는 반대는 하더라도 수위조절을 하겠다는 복선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이병순 사장에 대해 KBS 노조가 보여온 모호한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시 이런 모호한 입장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KBS 노조가 최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KBS직원의 76.9%가 이병순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KBS 노조는 우선 사원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이병순 사장의 연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두고, 그 다음에 외부 인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데 정작 이병순 사장은 건너뛰고 김인규 회장만 거명을 하니, 결국 이병순 사장이 될 경우에는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KBS 노조의 모호한 입장은 이사회에서의 사장 선출 논의에서 이병순 사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병순 사장에 대한 노조의 반대 강도가 약하니, KBS의 안정을 위해 이병순 사장을 연임시키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병순 사장 입장에서는 KBS 노조야말로 구세주가 되는 셈이다.

KBS 노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KBS 구성원들은 이병순 사장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정작 여론조사를 실시한 KBS 노조는 이병순 사장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지, 이제는 분명하게 밝힐 때가 되었다. 도대체 김인규 회장과 이병순 사장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KBS 노조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KBS 노조는 KBS 구성원들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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