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총리 자리는 그렇게 쉽고 간단한 자리가 아니다. 기본적인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이 단지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발탁되어 정상적으로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총리로서 부적격자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총리직을 수행할 자격도 능력도 갖추지 못한 인물임이 이틀 동안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40대의 젊은 총리’ ‘소장수의 아들’을 내세웠던 그에게는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박연차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문, 선거비용 10억원 불법대출, 불투명한 재산관리와 재산증식 과정, 스폰서 의혹, 도청 직원의 가사도우미 파견, 부인의 관용차 사적 사용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제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김태호 후보자가 살아온 내력을 어느정도 알게되었고, 그가 ‘서민총리’임을 입에 담는 것이 지극히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 곤혹스러운 표정의 김태호 후보자Ⓒ 남소연
그런데 정작 결정적인 문제는 그의 과거가 아닌 현재에 있었다. 그의 계속되는 거짓말이 그것이다. 과거의 일들이야 어떻게 사과받고 넘어간다 치더라도 우리 눈 앞에서 태연히 계속되고 있는 거짓말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김 후보자는 불과 이틀동안의 청문회에서 수없이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4일에는 박연차 전 회장을 안 시점을 2007년 후반이라고 답변했지만, 25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2006년 10월에 박연차 회장과 골프를 친 자료를 들이대자 이를 시인했다. 그런가 하면 박연차 회장과의 만남여부로 관심을 모은 베트남방문 때의 일정도 끝내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박연차 회장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감추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김 후보자는 서면답변 자료에서는 골프를 거의 안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골프는 자주 치느냐"고 묻자 "주말에.."라고 답변했고, "내기골프는 하느냐"는 물음에는 "가끔 조금 (돈을) 내서 재미로 하는 것은 있지만.."이라고 답해 역시 말바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97만여원에 달하는 고액의 호텔 숙박비에 대해 김 후보자는 며칠분이라고 답변했지만, 이는 하루치 숙박비였음이 자료에 의해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부인의 191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자신이 사준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어디서 샀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도청 직원을 사택의 도우미로 파견했던 것, 부인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계속 부인하다가 관련 증거를 대자 결국 시인하고 말았다.
시종일관 이런 식이었다. 말바꾸기와 거짓말, 그리고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쯤되면 단순한 기억력이나 착각의 문제가 아니다. 의도적인 거짓말 행진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상식의 눈높이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부인에게 고가의 명품 가방을 사주었는데 어디서 샀는지 기억이 나지않는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현금다발을 가방에 넣고다지지 않는한) 골프장 사용료를 자신이 현금으로 내곤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강변을 김 후보자는 너무도 많이 쏟아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총리만은 절대 안된다. 그것은 국민의 자존심에 대한 도전이다. 김태호 후보자는 책임을 지고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 본인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굳이 국회 동의 절차까지 갈 일도 아니다.
김태호 후보자는 총리 내정자 지명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저는 농민의 아들, '촌놈' 소 장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돈도 없고 권력도, 배경도 없는 제가 오직 용기와 도전으로 바닥부터 시작해 도의원, 군수, 도지사, 총리까지 왔다는 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저를 총리로 부른 것도 20~30대와 서민, 농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분명해진 것은 그가 총리가 되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거짓말쟁이 총리를 결코 허락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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